본문 바로가기

銀魂

서당즈::동백꽃이 떨어진 날



※네타주의※날조주의※

서당 삼인방이 중심이자 쇼요가 중심? 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긴토키가 중심. 내 글들은 긴토키가 중심





1.

긴토키는 누구보다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2-1.

누구를 선택할 테냐 쇼요. 너에 대한 최대한의 선의를 베풀어 선택권을 주도록 하지. 누가 선택권을 갖도록 할 테냐?


쇼요는 빙그레 웃었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오보로는 웃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백발의 야차를 떠올렸다.





2-2.
아이러니하지 않나. 너의 가르침을 제일 오래 받은 아이가 지금 전장에서 가장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귀신이 되어있다. 쇼요 네가 하고 싶었던 게 대체 뭐지? 너의 성과일 이들을 봐라. 난 짐작도 가지 않는 군. 자 야차여. 너는 누구를 선택할 테냐. 누구보다도 이 자와 오래있었으니 네 선택이 곧 이 자의 업적이 되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쇼요 이 자와 가장 오래 있었던 네게 선택권을 주마.




3.
그들은 한없이 잔인했다. 과거 쇼요의 업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분명 그는 충분히 지옥에 갈만했다. 그를 알고 지내오면서 자연스럽게 알았다. 쇼요는 지옥에 갈 인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죽어서도 그 시신을 존중 받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 남자의 육신에는 나락의 증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잘 챙겨가야 해.

긴토키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현기증이 이는 시야를 정신력만으로 버텨내며 그 말을 한 찢어 죽이고 싶은 이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눈은 어떠한 감정도 담지 않고 있었다. 생명이 동등한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그 자신과 같이 숨을 쉬고 살아가는 생명이 아닌 그 이하였다. 긴토키의 공허한 붉은 눈이 그를 삼킬 듯이 쳐다보다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갓을 쓴 사내를 쳐다보았다.

까마귀. 달싹일 뿐 말을 구사하지 못하는 긴토키의 입술이 소리 없이 그를 불렀다. 오보로는 땅에 떨어진 귀신을 눈으로 찍을 듯이 보다가 갓으로 붉은 시선을 가렸다.

머리는 어찌할지.

그 말이 더 가관이었다. 가츠라는 얼굴은 물론 저항도 않고 그대로 굳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져서 제압당하고 있는 타카스기도 미동도 않았다. 긴토키 역시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을 뿐이었다.

긴토키가 몸을 틀었다. 잘려나간 목의 정면으로 틀었다. 편안한 얼굴로 눈이 감긴 쇼요의 얼굴은 아직도 혈색이 돌았다. 천도중인 그 자는 긴토키의 일련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목은 필요 없다. 괜찮다면 저들에게 위로의 폐물로 놓고 가지.

눈 앞에서 원수가 지나가는데도 그들이 어떠한 경계도 않고, 죽은 이의 육신을 욕보이며 가져가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비로소 남겨진 것이 셋뿐이 되어서야 긴토키가 몸을 움직였다. 손에 든 검을 바닥에 떨구고는 묶여있는 가츠라에게 다가가 그의 밧줄을 풀었다. 엎드려 있어서 그 얼굴이 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이후는 타카스기에게 가서 똑같이 풀어주었다. 마땅한 날붙이가 없어서 밧줄을 풀기란 어려웠다. 유일하게 그들에게 남아있는 칼붙이가 있었으나 긴토키는 그걸 사용하지 않았다. 긴토키는 타카스기를 쳐다보지 않았고 타카스기 역시 긴토키를 쳐다보지 않고 가만히 그가 해주는 대로 있을 뿐이었다. 간간이 왼쪽 눈의 고통 때문에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뿐이었다. 가츠라 역시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계속 한결같이 절벽의 끝 쪽이었다.

몸 없이 덩그러니 머리만 남은 스승이 거기 있었다. 가츠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스승의 머리 뒤에 섰다. 도저히 그 정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타카스기의 밧줄을 다 푼 긴토키가 몸을 일으켰다. 뒤에서 다가오는 긴토키를 느끼며 가츠라는 주먹을 쥐었다. 긴토키는 가츠라를 지나치고는 아주 가볍게 목의 정면을 마주했다. 가츠라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머리만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긴토키 역시 목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서로 마주하고 있음에도 둘의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타카스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세상에서 이 곳만이 멈춘 것 같았다.

이번에도 그 정지상태를 깨트리건 긴토키였다. 진바오리를 벗어내는 그를 보며 가츠라는 그가 무얼 할 지 알 수 있었다. 긴토키는 몸을 굽혀 머리 옆에 진바오리를 최대한 평평하게 펼쳤다. 가츠라 역시 무릎을 땅에 대고 몸을 숙였으나 선뜻 손을 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 마디를 남겨두고 멈춘 손이 허공에서 애처롭게 미미하게 떨렸다. 대신 다른 손이 닿았다. 가츠라는 그의 맞은편의 이를 흘끗 보았다. 이쪽을 보지 않는 붉은 눈이 어두웠다. 가츠라는 그 모습을 외면하며 손을 거뒀다. 긴토키가 제 손으로 베어낸 스승의 목을 들었다. 진바오리의 한가운데 즈음에 똑바로 세워두었다. 잘리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몇 번을 구른 안면이 더럽고 생채기가 나있었다. 그럼에도 그 표정만큼은 여전했다. 찰나에 본 쇼요의 그 얼굴이 그대로 굳어 남아있었다. 그를 눈에 아로새기며 긴토키는 머리를 진바오리로 감쌌다.

긴토키가 하얀 그의 옷에 감싸인 스승의 목을 품에 품고 일어나서야 가츠라 역시 따라 일어섰다. 그는 긴토키를 지나쳐가서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긴토키의 검으로 다가가 집어 들었다. 긴토키가 그를 바라보다가 타카스기에게로 몸을 틀었다. 몸을 일으킨 채 그 행위들을 모두 보고 있던 타카스기를 바라보았으나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지는 일은 없었다.

가자.

짧은 한마디였다. 이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긴토키를 제치고 어금니를 꽉 깨문 듯 얼굴이 굳은 가츠라가 선두로 나섰다. 그의 손에 들린 칼은 이미 피가 굳은 지 오래였다. 가츠라가 타카스기를 지나쳐갔다. 그 다음에는 긴토키가 타카스기를 지나쳐가려 했다. 타카스기는 눈을 감았다. 무언가가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자 흰 천 조각이었다. 긴토키가 진바오리 귀퉁이를 찢어낸 조각이었다. 긴토키는 그에게 그걸 던져주고는 여전히 같은 속도로 가츠라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점차 멀어져 가는 둘의 뒤에서 타카스기는 하얗게 질리도록 주먹을 쥐었다. 어금니를 하도 세게 씹어서 잇몸에서 피가 났다. 짧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핏자국을 내고 나서야 타카스기는 힘을 빼고 힘없이 몸을 일으켰다. 아직 멀지 않은 둘의 등을 보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왼 눈에 천을 대고 뒤늦게 지혈을 했다. 욱신거리는 상처의 통증이 전신을 장악하는 와중에 머리는 깨끗하게 비워져 갔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에 둘의 뒷모습을 담다가 쓰러지듯 몸을 휘청거리며 첫걸음을 옮겼다. 영원히 움직이고 싶지 않았던 다리가 어쩐지 선뜻 가볍게 움직였다.

타카스기마저 둘의 뒤를 따라 떠나고 나서야 절벽 위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3'. 이후에 가츠라가 전방 긴토키가 중앙 타카스기가 후방을 주의하며 진지로 돌아간다던가.




4-1. 쇼요의 목이 있는 그림을 보면… 저거 바다인가?





4-2.

긴토키 바다를 본 적 있나요? 바다? 들뜬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긴토키는 되물었다. 원래도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순수하게 들뜬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긴토키는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올 거 같다. 진짜 선생님 안 같다 쇼요.


바다라고 모든 물이 흘러서 만나는 곳이 있어요.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은 호수라고 해야 이해가 갈까요? 긴토키는 입술이 삐죽 나오는 걸 눈치 못 챘다. 그렇게 애 다루듯이 말하지 마. 쇼요는 그 모습이 건방지고 귀여워서 풋 하고 작게 웃었다. 긴토키 언젠가 바다를 보러 가요. 그-러-니까- 갑자기 왜 바다 얘기는 꺼내고 난리야?! 긴토키를 두 손으로 잡고 들어올리며 쇼요는 방긋 웃었다. 긴토키가 당황해 하면서 다리를 버둥거렸다. 으아아아. 높아진 시야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쇼요의 모습도 어색했지만 저를 붙잡고 있는 두 손은 단단하고 강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은연중에 굳게 믿었다.


저는 바다가 좋아요. 무엇이로든 변할 수 있는 물의 형태가 좋아요. 긴토키, 사람은 물과 같아요. 구름으로도 변할 수 있고 비로도 변할 수 있고 혹은 얼어서 얼음이나 눈이 될 수도 있죠. 그렇게 변화무쌍한 물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지는 게 바다에요. 어쩌면 바다야말로 사람의 모습을 제일 잘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쇼요의 호선을 그린 눈이 의아함을 품은 붉은 눈을 담았다. 새빨간 그 색은 쇼요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했지만 처음 만난 날부터 생기(生氣)를 가득 품은 그것은 사나운 추위에도 탐스럽게 피는 동백꽃 같기도 했고 언 땅을 녹이는 온기를 알리는 산수유 열매 같기도 했다. 긴토키. 나는 당신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뱉지 못하고 입 안을 떠도는 말을 삼키고 쇼요는 긴토키를 품에 안았다. 아직 어린 그는 쇼요의 너른 품을 따라가기에는 한참이나 멀었다. 긴토키는 일련의 소요의 미미한 표정변화를 모두 눈으로 담으며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애 취급 말라며 쇼요의 얼굴을 차고 남았겠으나 오늘은 한 번 봐주기로 하며 가만히 있었다. 오늘의 쇼요는 어딘가 이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긴토키는 쇼요 심장에 손을 대었다. 두근두근 고동소리와 살아있는 따뜻한 온기가 손을 타고 긴토키에게로 전해졌다. 따뜻한 사람의 온기와 든든하고 믿음직스런 품을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긴토키는 알 지 못했다.


감상에 젖어있던 감각을 깨우고 선생님- 하고 부르는 문 밖의 소리에 긴토키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손님인가 봐요. 가볍게 하얀 머리통을 쳐다보며 말하니 긴토키가 시선을 맞춰왔다. 익숙한 시야와 높이에 긴토키는 아까 쇼요가 저를 들어올려줬을 때 보인 넓고 높은 시야를 떠올렸다. 언젠가 보여줘. 네? 쇼요가 보여주면 되겠네. 그 바다라는 거. 긴토키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나가야지? 미닫이 문을 열고 대문으로 가기 위해 복도로 나가는 긴토키를 따라 쇼요 역시 따라 나섰다. 나도 바다 한 번도 본 적 없으니까. 맨발이 바닥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버선을 신은 발이 소리 없이 바닥 위를 걸었다. 쇼요는 빙그레 웃으면서 긴토키의 손을 잡고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그래요 우리 꼭 바다에 가요. 약속이에요 긴토키.





4-3.

전쟁도 다 끝나가는 마당이야. 걱정 말고 다녀와.

우리의 패전으로 끝나는 것이 확실한 마당에 그렇게 배려해주는 동료들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아니면 끝까지 마음을 놓지 말라며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장례를 치르기 마땅한 시간도 장소도 없었으며 동료들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해주는 배려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츠라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입술을 기어코 벌려 말을 뱉었다. 죽음인지 피곤함인지 어둡게 그늘졌으나 웃는 동료의 모습을 눈에 새겼다. …고마워.


가는 것은 세 명뿐이었다. 그 외에는 없을뿐더러 이미 진즉 숨이 끊긴 지 오래였다. 혹은 연락을 취하여 지금이라도 닿는 이들을 모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이런 참상을 설명할 수도 없었고 좋은 일도 아니었기에 셋만이 떠나기로 했다.


그 날과 같았다. 스승의 목숨을 발판 삼아 살아 돌아온 날. 진지로 돌아가는 길과 똑같은 진형이었다. 가츠라 다음에는 육신의 한 부분을 든 긴토키 그리고 뒤에는 타카스기의 순이었다. 진지로 돌아가자 살아서 다행이라며 우는 동료들과 부하들에 죄의식이 더욱 무겁게 내리누르고 코가 찡했다. 살아서는 안되었다. 살아서는 안 되는 목숨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환대를 받고 저희의 귀환에 우는 이들의 얼굴을 보니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저들은 모를 것이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어떤 걸 바쳤는지 긴토키가 어떤 마음으로 그 손을 더럽혔는지. 이제는 죽을래야 죽을 수 없게 된 사실이 오히려 숨을 조여오는 것 조차 모를 것이었다. 각자 최소한의 말로 동료들에게 괜찮다는 안부를 전하고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아주 오랜만에 안전하게 등을 붙이고 이불을 덥고 눕는 것이었음에도 편치 않고 아주 피곤한 일들을 겪고 온 것이었음에도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다른 두 명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타카스기는 급하게 왼쪽 눈을 치료하였으나 결국 그 눈에 다시 빛이 드는 일은 없었다. 한 쪽 시력을 영영 잃는 것임에도 타카스기는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 눈의 마지막에 무엇을 보았는지 타카스기의 다른 눈동자가 허망함을 담고 있었다.


장례를 치러줘야지.


잠이 오지 않는 가츠라를 긴토키가 찾아왔다. 쌀쌀한 날씨였으나 개의치 않고 방에서 나가 흐릿한 달빛 아래에 섰다. 타카스기 역시 긴토키의 부름을 받은 것인지 붕대를 감은 채로 모습을 나타내었다.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츠라는 몇 번 입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선생님은 어찌했지?


먼저 입을 연 것은 타카스기였다. 갈라진 그의 목소리가 나뭇잎의 비명소리처럼 스산하게 들려왔다. 갈기갈기 찢긴 음성 같았다. 타카스기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동자가 달빛아래에서 흐릿하게 윤곽을 띠는 긴토키를 비추었다. 이 어둠 속에서 그의 하얗던 머리칼마저 잘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고는 간간이 번쩍이며 제 존재를 알리는 두 개의 붉은 눈뿐이었다.


부패를 막기 위해서 냉동고에 넣어놨어.


긴토키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같았다. 평소와 같아서 항상 있는 그의 힘 빠진 나른한 목소리여서 낮에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실소가 나오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얼음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타카스기 역시 가츠라와 같았는지 그의 입매가 누그러지는 것을 가츠라는 미약한 달빛을 조명 삼아 분명히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장례는 치러줘야겠지.


긴토키가 툭 내던지듯 말을 뱉었다. 가츠라는 당장이라도 긴토키를 끌어안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 그에게 모든 죄를 지우고 살아남은 자신이었다. 이렇게도 그의 어깨가 왜소해 보인 적은 없었다. 검은 유카타가 어둠 속에서도 외곽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을 가츠라는 꽉 끌어안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아니 끌어안는 다기보다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싶었다. 나 때문이라고 나로 인해 스승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만든 것이라고. 그렇게 빌고 또 빌고 싶었다. 울 자격은 없겠으나 분명 눈물이 나올 것이었다. 추하게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 끓고 비는 그를 긴토키가 어떤 눈으로 볼 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슬픈 눈으로 볼 지 같이 울어줄 지 혹은 웃으면서 저를 나무랄 지 알 수가 없었다.


장례 방법은 무엇으로 할 텐가?


망상은 적당히 하는 것이 좋았다. 최대한 평이한 높낮이로 물었다. 온전한 육신이 남은 것이 아님에도 부분이나마 남아있어서 다행인가 싶었다. 어떤 방법을 택해도 그들의 스승은 만족해할 이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생전에 어떤 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으신지 물어봤어야 했다. 슬픔에 익숙해지니 점차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웃지 못할 일이었다.


바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는 긴토키의 목소리에 타카스기도 가츠라도 그를 바라 보았다. 여지껏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모습을 드러내서야 시야가 밝아졌다. 달빛 아래에서 긴토키의 하얀 머리칼이 은은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자리한 얼굴이, 여태 목소리만 들어오며 떠올렸던 그의 얼굴과 확연한 차이가 있어 놀랐다. 원래도 항상 반쯤 모습을 감추고 있던 눈동자였다. 지금은 그야말로 생기가 없는 것 같은, 죽은 이의 눈 같았다.

바다를 좋아했거든.


반대의 의견은 없었다. 그의 결정이 곧 스승의 의견과 같다고 생각했다.



진이 빠지누나.



그렇게 셋은 말 타고 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해안으로 향함. 울창한 숲 속만을 달려서 바다로 가는 게 맞는 가 싶지만 어느 순간 나무와 수풀들이 적어지면서 드러난 건 암반으로 이루어진 절벽.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는 암초 없이 깨끗하고 색이 진한 것이 매우 깊어 보임. 좋은 곳을 찾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예의 그 장면처럼 긴토키가 스승의 머리를 풀고 그 앞에서 이미 굳어버린 사후경직으로 조금 일그러진 스승의 얼굴을 보자마자 타카스기는 다리에서 힘이 빠져 무릎을 꿇음. 가츠라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 타카스기는 조용히 눈물 맺힌 눈으로 마지막이라도 조금만이라도 더 스승을 눈에 담아두려고 볼 듯. 긴토키만 볼 낯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봄. 바다가 하늘인지 하늘이 바다인지. 



이미 스승을 위한 눈물은 그 날 다 흘렸다. 적어도 마지막은 우는 얼굴이 아니라 웃는 얼굴로 보내주리라고 가츠라는 추억을 회상하며 다짐했었다. 항상 밝은 얼굴로 입가와 눈에 마저 미소를 담고 있던 스승은 대부분이 늘 웃는 낯이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저희를 대해주었던 스승이었다. 그래서 가츠라 역시 가는 길만큼은, 아무리 저희가 스승을 사지로 몰아넣은 죄인일지라도, 적반하장일지라도 웃는 얼굴로 보내드리리다 하고 그렇게 오늘 길에도 계속 다짐해왔었다. 그런데 어째서. 무사라는 자가 이렇게 다짐 하나 지키지 못하는 건지 무사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제 눈물이 가츠라는 원망스러웠다.

어떤 말을 해도 이 죄는 사해지지 못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자기위안을 삼고자 속으로 수없이 빌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평온하게 감긴 그 두 눈이 이제는 다시 뜨일 일이 없다는 게 이제서야 차차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계속 쇼요의 목에 손을 대지 못하는 즈라와 타카스기. 결국 마지막 마저 긴토키가 보내줄 거 같다. 목 떨구고 천도 떨구고 가지고 왔던 쇼요한테 받았던 검마저 떨굼. 자 당신이 줬던 거야. 도로 가져가. 지옥에서 그거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 쪽으로 갈 테니까.



바다에 잠긴 쇼요는 바다에 녹아 들고 흘러 들어 그가 좋아하던 바다가 되겠지.



그래서 긴토키는 수영을 못하는 게 아닐까. 물에는 쇼요가 녹아 들어있고 쇼요를 죽인 자신이 편히 몸을 담글 수 없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한다던가.

ㅡ하는 개연성을 상실한 똥썰





4-4. 쇼요에게서 받은 검과 쇼요를 벤 검이 다르다! 그렇다면 쇼요의 목을 두고 셋이 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장면에서 긴토키만 검을 들고 있는데. 그건 쇼요의 검이 아닐까 맞을까. 긴토키는 쇼요에게서 받은 검을 어찌했나! 서책마저 라면 국물 엎어서 버린 놈이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갖긴 하는 걸까! 긴토키는 물질적인 거에 미련을 두지 않는 놈이니 그 검도 훨씬 옛날 옛적에 어떤 사연에 의해 부러지거나 버려지거나 아무튼 긴토키에게 없는 것일까!





5. 긴토키와 겨루러 가면서 죽음을 예상하고 긴토키에게로 향하는 신스케라.

하아… 자기를 막아줬으면 하는 신스케의 이중성.





6. 아씨ㅋㅋㅋ오보로 좋아한다 나는. 저는 오보로를 좋아합니다. 근데 저 놈의 하늘드립과 쇼요드립 좀 그만ㅋㅋㅋㅋㅋ 그냐 오보로 존재 자체가 쇼요와 연관되어서 중요하다지만 난 그냥 자체로서의 오보로가 보고싶다고ㅋㅋㅋㅋㅋㅋㅋ 아 까마귀인 건 좋은데 그 놈의 하늘은ㅋㅋㅋㅋㅋ 오보로 너도 그래봤자 사람이야 이 사람아. 사망플래그 좀 그만 세워ㅋㅋㅋㅋㅋㅋ 왜 자꾸 하늘 하늘 거리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타카긴이 내가 하고픈 말 해줘서 속 쉬원함ㅋㅋㅋㅋㅋ 네놈이 쇼요에 대해 말하지마!! 그만 말해!! 알아도 그만 입 닫고 있으라고!!





7. 찌꺼기


긴토키가 바라보는 곳 어딘가를 향해 같이 바라보았다. 같이 바라보고 싶었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저희는 서로를 서로보다도 잘 알았다. 때문에 죽마고우가, 세상에 둘 도 없는 친우가, 자신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이가 어떤 심정일지 함부로 짐작할 수 없음에도, 그렇기에 더욱 잘 알기에 속이 타고 입이 타고 머리 속이 하얗게 타 들어가는 것이었다.

ㅡ분명 그 분도, 슬퍼하실 테니까.

. 처음이었다. ‘그 날’ 이후 가츠라는 긴토키와 ‘그 날’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타카스기가 환자동에서 앓고 있는 사이에도 크고 작은 전쟁은 일어났고 목숨을 버리러 가듯이 그곳으로 참여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처참한고 짓밟힌 마음으로 목숨을 버릴 듯이 분투했지만 


타카스기의 심정이 어떨지 쉬이 짐작이 가지만 가츠라는 이어서 말을 해야 했다. 당사자간에 오고 가야 할 것이 지금 멈춰있다고 가츠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때문에 죽다 살아난 죽마고우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멈춰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아직 저와 긴토키 간의 대화도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자신과 타카스기보다도 긴토키와 타카스기 간에 멈춰있는 대화를 그 수문을 터야 했다. 열에 취해 의식 없는 타카스기를 열심히 간호하던 긴토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때로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때로는 피에 흠뻑 젖은 채로 있었다. 가츠라는 자꾸 주름지려는 미간을 애써 꾹꾹 눌렀다. 알려주어야 했다. 우리 서로 간의 심정이 어떤지 알아야만 한다고, 하지만 그건 개개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8. 역시 목이 똑 떨어지는 거 하면 동백꽃이지! 무궁화도 괜찮긴 하지만 역시 동백꽃만한게 없지. 선조들은 참 맑은 눈들을 가지셨던듯. 허허.





'銀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당즈::가상다반(家常茶飯)  (0) 2015.02.04
서당즈::세계를 빼앗긴 날  (0) 2015.01.22
긴토키::오토세 중심  (1) 2015.01.14
긴토키::완결편 중심. 긴긴 에브리바디세이긴  (0) 2015.01.06
긴토키::여러가지  (0) 201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