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주의+CP주의
요로즈야요 에이엔니 나레!!!!!!!!!!!!!!!!!!!!!!!!!!
당시 보면서 끓어오르는 덕심을 주체 못하고 자판 나가도록 타자 친 것들...
읽고 난 후의 민망함은 제 알바가 아닙니다<
1. 긴+타마
긴타마를 노리긴 했다. 하지만 난 ZO-루였다.
15년을 홀로 견뎠을 타마를 생각하면 눈물이ㅠㅜㅠㅜㅠ엉어엉엉엉
+내가 무슨 개소리를 쓴 건지 나도 모르겠다.
시야에 가득 찬 건 갈대밭이었다.
‘보인다’는 걸 인식하자 마치 깊은 수면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았고 눈 앞에는 처음 보는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과 서늘한 공기를 통해 느껴지는 자연은 실재(實在)했다. 타마는 분석을 시도했다. 분명, 바뀐 과거로 인해 미래의 자신은 시공간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서 사라져야 마땅했다. 하지만 타마는 현재 어딘가에 뚝 떨어져있었고 여기는 분명 그녀가 여태 지내왔던 지구가 분명했다. 자연환경을 분석한 결과 지구임이 틀림없었다. 어째설까. 이제 타마는 시간의 흐름에서 거슬리는 모난 존재였다. 사라졌어야 하는데 여전히 존재했다. 타마는 손을 들었다. 손을 올린 감각은 있었다. 감각이래 봤자 기계 장치가 전기를 흘려 센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었지만 사람의 감각보다는 몇 배는 더 정확한 것이었다. 감각은 있는데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손뿐만 아니라 제 몸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야만이 살아있었다.
‘에너지.’ 슬며시 드는 생각은 꽤 납득할 만 했다. 현재 그녀는 물질적으로 형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비물질적인 기류 그 자체였다. 정신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스스로가 기계임을 아주 잘 알았다. 하지만 에너지의 상태로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몸이라는 저를 담고 있던 것이 사라졌음에도 타마는 기억도 잃지 않았고 기계로서의 특유의 감각도 잃지 않았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이런 게 영혼이라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기계지만ㅡ 형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거기에 확실히 타마는 존재하고 있었다. 더불어 움직일 수 없었다.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형체임에도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아이러니했다. 타마는 자신의 상태가 흥미로워서 계속 데이터를 분석하고 축적하고 싶었으나 가슴을 일렁이는 걱정이 그녀를 방해했다. ‘다른 분들은 괜찮으신 걸까?’ 괜찮을 상태라는 건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이들 모두가 지금은 사라진 미래에서 존재하던 사람들이었기에 사라져야 이치에 맞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타마는 스스로의 상태를 알 수가 없었다. 알 도리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그냥 그렇게,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 밭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눈 앞의 풍경이 바뀌어서 시체가 잔뜩 쌓인 황량한 폐지(廢地)가 보였다. 타마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지라도 타마 스스로 제 얼굴이 무표정을 벗어났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까마귀를 달고 있는 시체 사이에서 하얗게 햇볕에 빛나는 머리칼이 보였다. 하야면서도 은은한 빛을 내는 그 머리칼의 색은 타마의 데이터에서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바람에 속절없이 하얀 머리칼이 흔들렸다. 타마는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혼란과 의문으로 얼룩진 짧은 인고 끝에 마침내 머리칼의 주인이 고개를 돌렸을 때, 타마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데이터 상에서 오로지 한 명 존재하는 그가 맞았다. 어려진 모습에도 짙은 붉은 눈동자와 맹한 얼굴은 긴토키가 확실했다. 긴토키의 어릴 적은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데이터 상에 없었지만 타마는 그 아이가 긴토키라는 것에 그녀가 좋아하는 못 비녀와 중추 전뇌간을 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마가 볼 수 있는 시야에는 그 뿐이었다. 타마는 어린 긴토키로 확신되는 작은 아이를 지켜보았다. 꾀죄죄하다 못해 넝마와 같은 몰골과 무언가 갈구하는 듯한 얼굴은 보통의 어린아이가 하고 있는 모양과는 달랐다. 까마귀들이 울었다. 기압 차에 의해 꽉 막혀 있던 귀가 뚫린 것처럼 갑작스럽게 소리가 그녀를 덮쳤다. 소리가 들렸다. 까마귀들은 수 많은 시체가 있음에도 영역 다툼을 하는 건지 간간히 울어대었다. 시체를 쪼아먹는 까마귀를 앞에 두고도 그 어린아이는 멀찍이 어딘가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제 모습이 보일 리 없는 타마는 아이가 그러하듯 아이에게로 시선을 꽂았다. 한참을 그렇게 미동도 안 하던 아이가 별안간 재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타마의 정신 이랄지 의식 이랄지도 아이를 따라갔다. 시야는 꼭 한 귀퉁이라도 아이를 포함했다. 시야의 움직이는 동선이 아이를 따라 움직이는 것에 타마는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마치 무대 밖의 관람객이 된 느낌으로 무대 위의 아이를 보았다. 시체 위에 앉아있을 때는 몰랐는데 아이는, 생각보다 더 어리고 체격 또한 작고 말라 앙상했다. 아이는 제 몸보다 더 큰 검을 들고 뛰었다. 이내 몇 겹으로 쌓인 시체 뒤로 몸을 숨기고는 작은 등을 가쁘게 움직이며 숨을 골랐다. 타마는 아이와 같은 방향에서 아이의 시선이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시야 구석에서 아이의 머리칼이 하늘하늘 움직였다.
원래 아이가 있던 자리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각기 두 명씩 짝을 지어 들것이나 거적때기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들것 위에는 사람이, 거적때기 역시 사람을 쌓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들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는 시체들의 위로 들고 온 것을 던졌다. 던져진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생체 반응이 없는 것이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손이 빈 자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 가더니 또 다른 시체를 가져왔다. 저들끼리 농을 치는 것인지 시끌벅적 한 소리를 내며 그들은 시체의 산을 쌓아 올렸다. 타마는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긴장한 듯 낡은 검 집을 쥔 손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눈만큼은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까마귀 한 마리가 어린 아이의 옆으로 날아들어왔다. 타마는 순간적으로 냄새가 맡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보이고 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냄새 역시 맡을 수 있었다. 사람의 5감 중 세 개를 되찾았다. 나머지 촉각과 미각도 느낄 수 있을 가 싶었지만 신체라는 그릇이 없고 무언가를 먹을 일도 없어 보였다.
타마는 이제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눈 앞의 어린 긴토키에게서는 시체와 같은 냄새가 났다. 죽은 자의 냄새. 현재 움직이지도 않고 숨죽여 있는 아이는 어찌 보면 시체 같았다. 그에 착각한 까마귀 한 마리가 아이에게 총총 다가가 발가락을 쪼았다.
[어서 악귀가 오기 전에 가자고.]
간간히 오가는 말 속에서 ‘시체를 먹는 악귀’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이 어린 긴토키도 위험한 게 아닌가 싶었다. 이윽고 새로운 시체더미를 쌓던 남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서야 아이가 움직였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아이는 쌓아놓은 시체더미를 무너뜨리고는 가까이 있는 시체의 옷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타마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죽은 자의 육신은 소중히 해야 한다는 그녀의 데이터와 다르게 이 곳은 그 소중한 육신을 무참히 내버렸고 이미 생을 빼앗긴 그들에게서 남기고 간 물건까지도 빼앗는,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통상의 관습과는 다른 곳이었다. 손에 피가 묻는 것도 아랑곳 않고 아이는 열심히 시체를 뒤적였다. 많은 시체를 뒤졌음에도 전리품은 적었다. 대개는 뭉개지고 으깨거나 피에 절은 식량이었고 간혹 잡동사니 같은 것들도 나왔다. 그 남자들이 내던지고 간 시체 중에서 아이가 손을 대지 않은 시체가 몇 구 남지 않았을 때, 타마는 알 수 있었다. ‘시체를 먹는 악귀’였다. 굳은 피로 물든 더러운 손으로 아이가 얼굴을 훑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빛나는 머리칼과 두 개의 빛나는 붉은 눈, 그 아래에 검붉은 색으로 피가 묻은 얼굴이 있었다.
‘아아.’ 아이가 손을 댄 시체들 위로 하나 둘 까마귀가 날아들었다. 까마귀가 시체를 쪼았다. 그들에게는 호화로운 디너가 따로 없었다. 포식을 하는 까마귀들 옆에서 아이 역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타마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속이 이상했다. 이상한 느낌의 상태에 대해 데이터를 찾는 중에 시야가 바뀌었다.
[시체를 먹는 악귀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와 봤는데…]
희미하지만 결코 연한 것이 아니고 수수하지만 결코 흔하지 않게 빛나는 남자였다. 강건함이 느껴지는 남자의 갈대밭과 같은 색의 머리칼이 바람에 잘게 흔들렸다.
전신에 퍼지는 심장의 고동. 그리고 타마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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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지식에만 근거를 두는 것이 기계였지만 그녀는 여타의 기계들과는 달랐다. 영혼이 있는 기계. 그렇게 긴토키들에게 인정받고 확인 받은 것을 타마는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했다. 때문에 기계임에도 알 수 있었다. 비록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었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던 게 점차 살이 붙어 확실한 근거를 갖추었다. 지금 타마가 보고 겪고 있는 이 상황은 시간도둑-, 즉 ‘의지를 가진 타임머신’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타마에게 주어진 어떤 보너스 엔딩 같은 것이었다. 하필 그 시크릿 엔딩의 주인공이 긴토키라는 것이 당연하달 지 너무 자연스럽달 지, 드는 생각이 많게 만들었다. 이 드넓은 우주에서 한낱 푸른 별에서 살아가는 기계에게는 과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한 사람이 여태 걸어온 삶의 길을 보는 것은, 필멸(必滅)이란 개념 자체가 없는 기계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녀가 본 것은 긴토키의 기억에 의존하는, 이를 테면 주마등과 같은 것이었다. 긴토키의 생을 본 것이라면 그가 갓난아기였을 적의 모습도 봤어야 했다. 단막극 마냥 시작은 고사하고 끝의 알림도 없이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뚝 끊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긴토키의 기억이라고 확신하는 까닭은 그 짧은 극마다 다 달랐기 때문이었다. 느껴지는 감정이 다 달랐다. 타마는 그 기억의 편린에서 일방적으로 보는 관찰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덮쳐오는 기억의 감정에 휩쓸렸다. 즐거운 기억도 있었다. 어릴 적의 가츠라 코타로와 타카스기 신스케와는 곧잘 싸우기도 했지만 즐거워했다. 슬픈 기억도 있었다. 천애고아라는 얘기로 놀림을 받을 때면 시야에 보이는 어린 긴토키는 무표정한 얼굴임에도 크나큰 슬픔의 무게가 그녀를 덮쳤다. 아닌 척하면서 감싸주는 죽마고우들 덕분에 금새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ㅡ그 남자가, 소박하지만 강하게 빛나던 그 남자가 잡혀갈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 분노가 덮쳐와 타마는 속이 타 들어갈 것 같았다. 불에 데인 듯 뜨겁고 화끈거리는 가슴에 괴로웠다. 입을 열면 연기가 피어 오를 것만 같았다. 평정을 지키려는 이성과 달리 각 기억의 감정의 파도는 타마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동화’되었었다. 완벽하게 기억의 주인과 같은 걸 느낀 것은 아니었다. 감히 그 마음 전부를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공감’을 넘어서 타마는 그 기억 속에서 긴토키가 되어 느꼈다.
타마는 조금 괴로웠다. 멋대로 훔쳐보는 것 같은 죄의식과 함께 감히 겪어보지 않은 그 상황에서의 그 감정을, 긴토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큰 죄악 같았다. 타마는 제 안에서 일렁이는 어떠한 것에 속이 답답하였다. 기계인 그녀가 사람도 아니고 신체의 피곤함을 느낄 리 없다는 걸 그녀 스스로 잘 알았다. 그건, 이를테면 술렁임이었다. 정확히 어떤 것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그녀가 기계였기 때문이었다. 데이터에 없는 것이었다. 타마는 어렴풋이 그게 감정이라는 걸 느꼈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문학작품을 읽었던 데이터를 헤집으며 타마는 그걸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산함. 더 이상의 표현은 찾을 수 없었다. 그녀의 데이터로는 무리였다. 그에 피어 오르는 아쉬움을 타마는 달랠 길이 없었다. 이제는 아려오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려와.’ 타마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데이터를 훑었다. ‘몹시 가엾거나 측은하여 마음이 알알하게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무거운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의 그녀는 시간의 뒤섞임에서 사라질 불순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새로이 쓰여질 미래에서도 긴토키와 해결사 일행을 만나는 것에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어떠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기에, 두 번째로 긴토키를 만날 그 때의 그녀에게는 지금의 기억이 있을 리 없음에도, 그럼에도 타마는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고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 ‘그래. 이건 슬프다는 감정이구나. 이런 느낌이로군요.’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타마는 무표정을 일관했다. 오히려 눈물을 흘리거나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이, 긴토키에게 배로 못할 짓을 하는 느낌이었다. 타마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이어서 이 상황에서 다행인 것인지, 아니며 오히려 감정이 없어야 다행이었을 지 알 수 없었다.
그러한 생각조차도 관찰자가 타마여서 가능한 것이었다. 기계일지라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타마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타마는 그 점을 잘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축적된 경험도 남의 데이터도 얻을 수가 없었다. 답을 모르는 것은 참 답답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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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을 하자 눈 앞에 펼쳐진 건 새하얀 공간이었다. 지평선이랄 것도 없이 끝 없이 펼쳐진 하얀 공간은 하늘도 바닥도 없었다. 그저, ‘서있다’는 것만으로 바닥을 딛고 있는 곳이 바닥이라고 짐작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긴토키는 얼떨떨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제 더럽고 난장판인 모습을 보아하니 분명 모든 일이 끝나 후가 맞았다. 아이들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서 똑같이 희미해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사라져가는 걸 느꼈던 것까지 기억했다. ㅡ그런데 눈을 떠 보니 비현실적인 장소? 긴토키는 예의 편한 자세를 취하고는 한 바퀴 천천히 돌며 공간을 살폈다. 하얗다는 인상밖에는 없었다. 여기서 카레우동이라도 먹다가 흘렸다간 툭 튀어나온 모난 존재가 되겠는걸. 분명 중2병 걸린 중학생처럼 단번에 눈에 띌 거야. 그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바닥을 신발 앞 코로 툭툭 쳐보기도 했다. 흙과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돌이나 나무 같은 느낌도 아니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관찰을 하다가 퍼뜩 지치고 피로한 몸을 깨달았다. 긴토키는 바닥에 누워도 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긴토키님.”
“으와ㅏㅏㅏㅏㅏ아아아아아ㅏㅏ아ㅏㅏ악!!”
갑작스레 뒤에서 나타난 인기척과 목소리에 긴토키는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더불어 목청은 이미 튀어나간 지 오래였다. 이런 주인에게서는 더는 못살겠다고 반항을 하는 양 심하게 두근 거리다 못해 엄청나게 펌프 운동을 하는 심장은 쉽사리 진정하지 못했다. 긴토키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며 뒤돌아 보았다.
“타, 타마?!!”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간도둑일 적의 의복인 타마가 서있었다. 마찬가지로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험한 꼴을 당한 것인지 여기저기 찢기고 때가 타고 낡고 얼굴의 도색이 군데군데 벗겨 지고 녹이 슬어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자세를 보아하니 오른팔을 못쓰는 것 같았다. 제일 놀란 건 오른쪽 눈을 뜨지 못하는 건지 감고 있는 거였다.
“타마 무슨 일 있었어?!!” 그렇게 소리치며 긴토키는 하도 놀란 마음에, 하지만 다친 그녀가 걱정되어 힘을 죽여 타마의 어깨를 부여 잡았다. 긴토키는 그녀를 가까이서 살펴 보더니 얼핏 본 것보다 더 처참한 꼴에 놀라는 듯했다. 타마는 희미하지만 웃음을 띠었다. 가끔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오는 솔직함이 귀엽다고 언젠가 오토세가 한 말에 그녀는 동의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긴토키님. 이렇게 된 데에는 다 사정이 있습니다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다니! 지금 네 꼴을 보라고! 심하잖아!” “아뇨 어차피 이제는 사라질 모습입니다. 저희는 과거가 바뀌면서 사라지게 됐으니까요.” 타마가 긴토키에게 괜찮다며 몸을 움직여 보였다. 못쓰는 줄 알았던 왼팔도 덜렁 거리며 흔들리는 거 말고는 괜찮은 듯 했다. “덜렁거리는 시점에서 이미 끝난 거 아냐?” 난감해하는 긴토키에게 타마가 답했다. “아예 떨어져 나간 거 보다는 미관상 좋으니까요.” “미관이라니 너…” “눈도 그저 못 볼 걸 봐서 안 뜨는 거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못 볼 게 뭔데 아예 눈을 봉인했어?”
계속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 통에 긴토키는 추궁할 맘이 사라졌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한시름 놓인 마음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그러고 보니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왜 이런 곳으로 날아온 거야? 너는 뭐 아는 거 있어?” 긴토키가 동야호에 팔을 걸며 눈짓으로 가리켰다. 타마 역시 흰 공간을 둘러보았다. 천장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을 까 싶게 위로도 옆으로도 온통 하얀색 밖에 보이지 않았다. 타마는 부드럽지 않게 삐걱거리는 목을 돌려 한 바퀴 공간을 돌아보았다. 기계임에 어느 상황에 처해도 달리 놀라울 것이 없었지만 이상한 일이라도 두 번째로 겪으니 더더욱 놀랍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긴토키님. 위험한 공간은 아닙니다.”
“너 뭔가 아는 게 있는 거야?” 그렇게 물어오는 긴토키에게 타마는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 지 잠시 생각을 했다. 긴토키는 기다려주었다. “역시 기계는 대단하네. 난 지금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데. 머릿속이 새하얀 신생아를 다루듯이 말해줘.” “긴토키님은 머릿속뿐만 아니라 겉도 새하얗잖아요. 샐 대로 새버린 새하얀 머리카락이잖아요.”
“ 긴토키님께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성 이론을 아실 필요가 있겠네요. 상대성 이론이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물리 이론으로, 일반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이론으로 나뉘어집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서로 다른 상대 속도로 움직이는 관측자들은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것으로 측정하며 그 대신 물리 법칙의 내용은 관측자 모두에 대해 서로 동일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단순한 자연법칙이 아니고 일종의 사고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은 인식에 대한 대변혁을 일으킨 거죠. 추상적 수학개념과 세밀한 관측이 자연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고 알려준 이전의 과학자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측정의 대상이 되는 물체와 측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 좌표계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고민에서 상대성 이론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저희가 등장하는 이 픽션과 전혀 상관 없는 특수 상대성이론부터 시작해 볼까요. 특수상대성 이론은 시공의 구조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이전의 고매한 과학자들의 이론에서 발생한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전자기학을 통해 전자기파의 속도를 계산할 수 있는데, 이렇게 구한 전자기파의 속도는 관측자의 상대 운동과는 관계 없이 상수이며, 이는 갈릴레이 대칭성을 위반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개의 공준이 도입되었고 그 공준에 따르면 자연계는 갈릴레이 대칭성 대신 로런츠 대칭성을 따른 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관성 좌표계의 관측자가 자신의 절대운동을 실험적으로 측정해낼 수 없다고 봅니다. 또한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는 관성 좌표계에 있는 각각의 관측자 모두에 대해 동일하다고 가정합니다. 이를 통해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이 두 가지가 나옵니다. 첫째,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는 모든 관측자에 대하여 동일하다. 둘째, 모든 관성 좌표계에 있는 관측자에 대해 물리 법칙은 동일하다. 여기에 전자기학의 법칙도 포함된다. 이렇게 말이죠. 첫 번째 공준은 고전역학의 갈릴레이 대칭을 부정합니다. 두 번째 공준은 역학에서의 상대성 원칙을 전자기학까지 확장한 것입니다. 이 두 공준으로터 다음과 같은 현상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시작확장의 경우 움직이는 물체 내(S1)에서의 시간변화는 외부관찰자(S)에게 천천히 시간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길이 축소의 경우 외부관찰자(S)의 눈에 움직이는 물체는 외부관찰자(S)의 눈에 비친 움직이는 방향으로 짧아져 보인다. 동시성의 상대성의 경우 관찰자 A(S1)의 눈에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관찰된 어떤 두 사건은, A에 대해 상대운동을 하는 외부관찰자 B(S)의 눈에는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질량과 에너지의 동등성의 경우 E = mc² 공식에 의해 에너지와 질량은 등가이고 변환 가능하다. 이렇게 말이죠. 여기서 S는 고정 관성계이며 S1은 운동하는 관성계이다. 출처는 위키백과 입니다. 더는 쓰고 싶지도 읽고 싶지도 않습니다. 문과에게는 정신적 공격이나 다름없네요. 이타치의 사륜안에 당한 사스케가 된 느낌입니다. 어떻게든 수학적 용어 같은, 숫자나 영어가 들어가도록 길게 쓰려고 했는데 이 이상은 안되겠습니다. 이쯤이면 만에 하나 이걸 읽고 있는 선택 받은 독자 분들도 이 문단만큼은 그냥 뛰어넘고 밑으로 내리시겠죠. 그것이 제가 노리는 오직 단 하나의 목표입니다. 이 얘기만 한 페이지가 넘는군요. 이제 그만 끝을 내도 될 거 같지만 용의주도하게 마지막은 일반상대성이론 얘기를 써야겠습니다. 그나마 일반상대성 이론은 위키의 설명이 짧아서 다행이네요. 이 정도면 나루토의 할렘의 술법에 당하는 느낌으로 감지덕지합니다. 그럼 시작하죠. 일반상대성이론은 뉴턴의 만유 인력 법칙을 대체하는 새로운 수식을 제시하는데, 이를 이용해 중력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미분 기하학과 텐서라는 수학적 개념이 필요합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이 관성 좌표계의 관측자만을 다루는 데 반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모든 기준계의 관측자가 동일합니다. 물리 법칙은 관측자가 가속 운동을 하는 경우에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력은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곡률이 수학적으로 비 관성 좌표계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질량과 에너지가 시공간을 휘게 하고, (빛을 포함한) 자유 입자들이 이렇게 휘어진 시공간 속에서 움직인다는 방식의 기하학적인 이론입니다. 이는-”
“아ㅡ아!!!!!!!!!!!!!!!!!!!!!!!!!!!!!!!!!!!!!!!!!!!!!!!!!!!!”
몸을 배배 꼰 모양새가 마치 할로윈에나 볼 법한 살아 움직이는 저주받은 나무 같았다. 얼굴은 절규의 그것을 닮아서 타마는 데이터 속의 절규 그림과 현재 긴토키의 얼굴이 몇 퍼센트 일치하는 지 프로그램을 돌렸다.
“그만!!! 그만! 나 참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 그렇게 어려운 얘기를 길게 늘어놓으면 어떡하냐!!! 아무도 안 읽을 거야! 그나마 이 글을 보는 독자도 소수인데 네가 늘어놓은 말을 보면 바로 뒤로 가기를 눌러서 나가버릴 거라고! 아무 미련 없이 땅콩회항처럼 리턴으로 돌아갈 거라고!”
"안심하세요 긴토키님. 대부분의 사람은 읽기 어려워 보이는 긴 문단이 나올 시 그냥 건너뛰고 다음 문단을 시작하니까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일단 제일 큰 문제는 내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단 말이지!!”
“괜찮습니다 긴토키님. 저도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왜 아는 듯이 말한 거야?!!!”
뭐야 결국은… 그럼 또 무언가 일어날 때까지 우린 가만히 여기 있어야 하는 거야? 그렇게 물어오는 긴토키에 타마는 답해줄 수 없었다. 짜증스레 머리를 긁적이는 그를 보며 타마의 눈에 긴토키의 시간이 맺혔다.
“긴토키님.”
바뀐 타마의 분위기에 긴토키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냥 자연스레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단 느낌이 있었다. 아무리 심한 몰골이어도 그녀답지 않게 어딘가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있었다.
“시간 여행을 한번 더 할 수 있게 된다면.”
타마는 말을 골랐다. 사람이 아니기에 침이 부족해서 혀가 잘 안 굴러가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이 말을 하는 게 옳은 것인지, 제가 이 말을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이게 긴토키를 위한 일인지가 고민되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후였다. 기다려주는 긴토키의 붉은 눈동자는 느긋하고 여유로워서 타마는 그가 사라지기 전의 일상을 쉬이 연상할 수 있었다. 세상사 초월한 듯 홀로 시간이 느리게 가는 그였지만 착실히 카구라와 신파치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던 그였다.
“긴토키님의 은사께서 돌아가시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떤 흐름도 없이 일정한 톤의 목소리에 긴토키는 현실의 감각을 상실한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 있는 공간 역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자신은 거기 있었고 타마도 거기 있었다. 설사 이게 꿈이라 하더라도 타마가 현실이라면 현실이겠지 싶은 게 긴토키의 심정이었다. 쉽게 왜곡되고 변색되는 인간의 감각보다는 기계가 더 정확하다는 건 이미 겪어본 전적이 있기에 잘 알았다. ㅡ긴토키는 짐짓 놀란 얼굴로 타마를 보다가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타마는 깊게 깔린 그의 눈동자에서 한치의 흔들림도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표정은 대체 어떤 감정이신가요? 타마는 그저 가만히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긴토키도 서둘러 말하려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반쯤 감겼음에도 붉은 색이 보이는 그의 눈은 올곧았고 평소에 썩은 동태눈깔 같아도 할 때면 하는, 그 때의 눈부신 빛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 사실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야…”
뭔가 체념한 듯이 힘이 다 빠진 목소리였다. 타마는 가만히 긴토키가 말을 고르는 것을 기다렸다. 긴토키는 여전히 타마는 안중에 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눈꺼풀이 괜히 무거운 느낌이었다. 언뜻 보이는 저를 바라보는 타마의 얼굴에 긴토키는 괜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이럴 때만큼은 기계인 게 와 닿았다. 물러나거나 피하지 않는 기계의 시선은 어떤 의미에서는 냉정하기까지 했다. 시간도둑의 정체를 밝히며 나타났을 때는 그렇게 여신이 따로 없었는데 지금은 어쩐지 사신같이 느껴졌다. 제 속내를, 치부를 낱낱이 파헤치려 하는 사신ㅡ. 물론 타마에게 그럴 의도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았다. 긴토키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이런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해?”
타마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긴토키는 미묘한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시간을ㅡ, 그러니까 타임머신이란 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니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그 심각한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더라.”
긴토키가 조금은 처연한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있는 거라곤 온통 흰색인 이 공간에서 그가 무얼 보고 있는 것인지 타마는 감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백저고 뭐고 에도고 뭐고 집어치우고, 일단 과거로 돌아가서 선생님이 죽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긴토키가 잠시 눈을 감았다. 타마는 피를 흐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던 그 남자의 머리를 기억했다. 분수처럼 피어 오르는 스승의 피를 받아낸 긴토키의 얼굴을, 그의 마음을 기억했다. 눈 앞의 긴토키의 얼굴을 보며 그 때의 얼굴과 오버랩이 되니 전신이 조금씩 미미하게 떨렸다. 타마는 그게 전율이라는 걸, 데이터를 헤집고 나서야 알았다.
“ㅡ하지만…… 뭐.”
팩 하니 김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 얼굴이 평상시의 긴토키였다. 타마는 좀 더 그가 속내를 말해주길 바랐다. 스승의 목을 벤 것에 죄책감을 갖고 있나요? 스승보다 동료를 구한 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나요? 스승이 아니라 자기가 대신 죽었어야 했다고 그런 생각을 했나요? 아예 처음부터ㅡ 스승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나요? 넘쳐흐르는 질문들은 긴토키의 한 마디로 부서지고 재가 되어 사라졌다.
“ㅡ괜찮아.”
“정말인가요?”
타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긴토키는 뒤 돌아섰던 몸을 반쯤 돌려 타마를 바라보았다. 그가 띠고 있는 웃음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타마는 데이터 상에서 이와 같은 웃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
“너를 희생하면서까지 바꿀 과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알고 계셨습니까?”
긴토키는 타마에게 다가와 그녀의 뒤에 섰고 타마 역시 아무 미동도 없이 오히려 잘 보라는 듯 고개를 조금 숙여주었다. 뒷목 언저리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는 타마는, 언제든지 그 목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그 손상의 틈 사이로 타마의 몸을 구성하는 기계 부품들이 보였다. 긴토키는 되도 않는 농지거리-이거 기계로 치면 속살 아니야?-를 내뱉어 타마에게 발을 밟혔다. 이 공간에서 아픔을 느끼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일단 너무 아파서 긴토키는 눈에 눈물을 매달았다. 타마는 그런 그를 보며 이 공간에 대해 새로운 데이터를 축적했다.
“앞으로 그런 말은 마. 나는…”
아 물론 지금의 우리는 사라지니까 다시 만나도 기억 못할게 뻔할 뻔 자지만. 긴토키는 타마와 눈을 마주쳤다. 기계라서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왜 지금은 감정이 없는 거처럼 그렇게 포커페이스람.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짐작도 안 가지만… 긴토키는 몸을 틀어 타마에게서 얼굴을 가렸다. 못 볼꼴 보여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는 긴토키에 울컥하는 마음이 치솟아서 타마는 괜히 그의 다리를 한 번 걷어찼다.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왜 긴토키님이 제게 사과를 하냐고 득달같이 토를 달려고 했지만 그저 꿋꿋한 그의 작태에 타마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벅벅 머리를 긁는 손은 전장의 때 국물로 지저분했다. 그 손으로 지켜낸 거였다. 우리들의 미래, 당신의 미래. 그리고 과거와 현재까지도.
“나는… ‘해결사 긴토키’인 사카타 긴토키가 좋아. 아줌마를 만나고 신파치와 카구라를 만나고 다른 녀석들을 만나고. 너를 만나고.”
타마는 알 수 없는 뭉클함에 긴토키의 키나가시 끝자락을 쳐다보았다. 뭉근한 그 감정을 뭐라고 하는 지 그녀의 데이터에 없었다.
“끊어질래야 끊어질 수 없는 질기고 추잡하고 성가신 인연이지만, 내쳐버리고 싶지 않아. 이미 나한테는 더 없이 소중한 것들이 되었으니까.”
아 생각해보니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즈라를 만나는 걸 어떻게 할 수 없잖아? 그 시점에서 이미 돌아갈 목적이 하나 사라지는데 말야. 진지하다가도 딴 길로 새는 건 쑥스러움에서 기인하는 거라고, 그렇기에 타마는 굳이 쑥스러워할 필요 없다고 사족을 붙이지 않았다.
“어, 또 투명하게 됐어.”
“다행이에요. 영원히 여기서 긴토키님의 코 파는 한심한 모습만 쳐다보지 않게 되어서.”
“너 아까 막 날 걷어차고 그러더니 이제는 언어폭력? 긴토키씨를 소중히 해줄래?”
정말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시 자연스럽게 사라지면 이 괴롭고도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런 게 사람들이 자주하는 회피, 혹은 현실도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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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토키님. 저는ㅡ…”
타마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 얼굴 위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일의 점성이 아닌 분명한 H2O성분이 가득한 물이었다. 분명 분석을 하면 98%의 물과 식염, 인산염 등이 들어간 눈물임이 확실했다. 타마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흐느낌과 같은 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압박감이 느껴지면서도 그걸 물릴 수가 없었다. 하야시 박사를 생각하며 눈물이 나왔을 때보다도 더욱 무겁고 묵직한 느낌이었다.
“저는…”
세계를 파멸시킨 대마왕이 됐다가도 세계를 구한 구세주가 된 그는, 기어코 타마에게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등을 돌리지 않고 저를 보지 않는 긴토키에게 타마는 속으로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기어코 눈물이 흐른 제 스스로가 너무도 분했다. ‘감정이란 건 너무 힘든 거 같습니다 긴토키님.’ 그렇게 말하면 그는 분명, 모두가 그 힘든 걸 견뎌내면서 살아간다고 너도 익숙해지라고 말할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고선 심드렁한 얼굴로 코를 파거나 시모네타를 날릴 것이었다. 그럴 걸 알기에,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사라지기를 간절히 빌었다.
2. 히지긴
모든걸 혼자서 감당하려 하는 네 녀석은 모를 터였다. 알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왜. 왜 네놈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만 같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내가 얼마나… 얼마나… 네가… 차마 이어지지 않는 말에 속절없이 뜻을 내비치는 게 분했다. 너 같은 놈은 남이 어떤 마음인지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한껏 헐뜯고 상처를 줄 요령이었다. 그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분명 그럴 셈이었다.
왜 네놈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격양되는 감정 속에서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아무리 소리쳐도 상대방은 답이 없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앎에도 히지카타는 멈출 수가 없었다.
긴토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3. 엔미긴 복장+엔미화 과정 날조
역시 썰은 내가 재밌어하는 부분만 써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엔미의 그 복장이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컨트롤러이자 숙주를 보호하는 그런 옷이었으면 좋겠다. 무차별적으로 퍼뜨려서는 초소형 나노머신이라는 공격무기로써의 장점이 떨어져서 그걸 통제할 수 있도록.
몸 내부에 생성된 코어로 인해 긴토키의 생명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할복도 안되고 그 외의 다른 자살 수단을 동원해도 하기 직전에 의식이 끊겨서 정신차리고 보면 그냥 쓰러져 있거나 분명히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든 살아서 숨이 붙어있는 거.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면 전부 실패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그렇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아사하는 방법은 어떨까. 그래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그렇게 긴 시간을 지내는 긴토키. 아무리 갈증이 타고 엄청난 공복에 헛구역질이 나와도 어금니 꽉 깨물면서 애들 생각하면서 견뎌내는 거. 그렇게 먹지도 마시지도 않기를 몇 달이 지나서야 아, 이제는 평범한 사람의 몸이 아니구나. 하고 절망할 거 같다. 그러면서 보험으로 들어둔 겐가이 영감의 타임머신만이 자기를 없앨 유일한 수단이라는 거에 희망을 가질 거 같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음에도 인간이 긴토키의 몸의 생체유지는 모두 코어에서 담당하는 거. 때문에 보통의 사람이 취하는 모든 생체활동 및 생리현상이 없어도 살아있는 자기 몸에 정말 이제는 사람의 몸이 아니군. 하고 생각 하는 긴토키… 잠을 자는 것도 먹고 마시고를 포함해 배설활동이라던가 모든 거를 포함해서 일절. 잠이야 할일 없는 긴토키가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수단이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미치고 결국에는 죽어버린다는, 세상에는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고문법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으면서 잠을 안자고 버티지만 끝끝내는 그것도 실패. 간간히 졸았나 싶을 때마다 처음 보는 장소에 와있고 백저의 확산을 염려하여 에도에서 떨어진 산에 틀어박혔던 긴토키였지만 눈 떠보면 항상 사람 사는 곳이 내다보이는 곳인 거. 잠을 자지 않는 편이 오히려 의식을 빼앗겨서 득이 될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또 어떤 자살 방법을 택해야 하는, 그런 비참한 긴토키…
이미 엔미가 의식을 점령하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그 때는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는 장소에 가있는 정도 끝났었다. 하지만 할복 시도 이후로 간간히 의식을 빼앗기고 나면 10년 전에 전쟁 당시에서 봤던 의상을 입고 있고 정신을 차려보면 전혀 알 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 부적에 엔미의 글을 쓰고 있던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던가.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마냥 엔미에 대한 지식들이 이미 뇌 내에 자리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할 거 같다. 그래… 이 지옥의 시작은 10년 전부터였다. 나는, 이미 그 때부터 존재해서는 안됐던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엔미의 등장은 대체 언제일까 쇼요의 죽음 전일까 후일까.
고독이라는 주술과 엔미라는 종을 이해하게 되고. 오히려 스스로 붕대에 엔미어(?)를 쓰면서 제 손으로 과거 엔미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긴토키. 얼마나 비참할까. 지킬 것이 있어 죽였던 적의 꼴을 지금의 제가 다시 재현해내고 스스로 적이 되어버렸으니. 살결에 나타난 글씨의 보라색 때문에 자기 몸이 썩은 건 아닐까, 그렇게라도 죽게 된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긴토키... 몸이 이미 백저의 모체? 그걸 자기 몸에 가둬 담아둔다는 생각으로 온 몸에 붕대를 둘러서 과거의 엔미와 똑같은 모습이 되는 긴토키. 이미 백저가 퍼져버려서 늦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악화시키고 싶지 않고 자기 몸에 새겨진 그 보라색 글자들을 보고 싶지도 않고. 누구도 자기가 원인이라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아서.
엔미긴이 된 긴토키의 시간대라면? 극장에서 해결사 일을 한 후 다음 날, 번 돈으로 해결사 고기 파티 겸 외식하러 나가기로 함. 점심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카구라는 잠깐 나가서 놀고 온다고 하고 신파치는 가위바위보에서 진 벌로 간단히 필수품 장 보러 감. 홀로 남아서 상쾌하게 목욕이나 해야지~ 하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긴토키는 자기 몸, 가슴 한가운데에 난 멍 같은 걸 봄. 색이 보라색 비스무리한게 작은 콩알 만한 모양으로 생겼음. 이게 뭐지? 이렇게 멍들 정도로 뭐에 부딪히거나 찍힌 적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걍 그러려니 하면서 무시함. 씻고 나와서는 돌아온 카구라랑 신파치랑 같이 기분 좋게 고기 먹으러 감.
점심 먹고 의뢰 간단한 거 해결하고 저녁은 술 먹으러 나감. 카구라랑 신파치가 쯔쯔 했지만 그래도 나감. 나가서 마다오랑 쪼인 해서 같이 부어라 마셔라 함. 그러다가 잘못해서 긴토키가 옷에 술을 쏟음. “아깝게 뭐 하는 거야 이 멍청아!!!” 하면서 긴토키를 때리는 마다오와 “난 온 몸으로 술을 맛보려는 거야 방해하지마!” 하면서 드립이나 날리는 정도로 취함. 근데 마다오가 “긴상 왜 다쳤어? 가슴에 퍼렇게 멍들었어.” 순간 긴토키는 뭔가 쎄한 느낌을 받음. 멍? 오늘 오전에 본 그거? 하지만 그건 정말 가슴 한가운데에 작게 난 거라 옷을 다 입고 있는 지금 상태로는 보일 일이 없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보니까, 긴토키의 겉옷 파여진 부분 밑으로 보이는 살이 퍼럼. 긴토키는 뭔가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음.
왜 벌써 가냐고 어디 가냐고 하는 마다오한테 대충 둘러대고서 긴토키는 자기가 잘 아는 외진 목욕탕을 들어감. 시간이 늦은지라 사람이 없는 곳에서 성큼성큼 들어가서는 키나가시에서 왼팔을 빼고 상의 단추를 풂. 그러자 드러나는 보라색 글씨들이 가슴 한가운데에서 피어나듯이 살에 퍼져있음. 그걸 보자마자 긴토키는 과거의 상대를 떠올림. 엔미…! 고독이라는 주술로 당시 번거롭게 했던 상대라 잘 기억하고 있음. 행성파괴자라고 불리던 명성에 비해서 쉽지는 않았지만 가뿐히 당해버렸던 그들. 그들이 쓰던 주술에 이런 문자들이 쓰여있었던 걸 기억해냄. 그게 왜 내 몸에?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하고 혼란스러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으니까 쉬이 사무소로 돌아가기도 힘듦. 그래서 다시 마다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감. “뭐야 기이이인사아아앙 다시 돌아온 거야?” 다시 마다오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쉽사리 취하지 않음. 본능이 계속 위험하다고 신호를 울려대고 있지만 도통 감이 잡히질 않으니 속만 타 들어가서 술만 들이킴.
그렇게 밤을 새고 사무소에 잠깐 들림. 카구라가 잘 있나 확인함. 잠에서 덜 깬 카구라가 눈을 비비면서 “그렇게 외박하면 엄마가 못 쓴 댔지!!” 하고 때리는 걸 그냥 웃어 넘김. 화장실로 들어가서 옷 밑으로 보일 것 같은 곳에 반창고를 붙여서 가림.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반쯤 감긴 눈으로 티비를 키는 카구라한데 “아 카구라. 너 뭐 적을 만한 거 있어? 가지고 다니기 편한 크기로.” “수첩이라면 있다 해.” 그렇게 카구라한테 수첩을 받고 펜 하나를 챙기고서 다시 나가는 긴토키. 카구라가 또 어디 가냐고 일 안 하냐고 물어 봄. 긴토키는 아직 뭐 하나 확실한 것도 아니니까 괜히 걱정시키지 말아야지 하고서 말 안 함. 의뢰는 아니지만 의뢰 비슷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당분간은 신파치랑 둘이서 일 하고 간단하고 위험하지 않은 것만 받으라고 하고 나감. “아침도 안 먹고 가다니. 배가 불렀다 해. 오늘 아침 밥은 전부 다 먹을 거다 해. 안 남겨줄 거다 해.” 카구라는 툴툴대다가 한숨 쉬면서 도로 거실로 돌아감. “또 마다오즘이 도졌다 해.” 하고 그냥 넘김.
그 날부터 긴토키는 도서관, 고서적을 취급하는 곳이나 천인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을 돌아다님. 하지만 일반인이 권한이 얼마나 된다고. 대부분은 열람이 불가능. 그나마도 볼 수 있는 것들은 이미 긴토키도 다 아는 사실임. 엔미, 행성파괴자라는 이명을 가진 종족이라느니 뭐라느니. 그들의 술법은 어쩌구저쩌구 그런 거. 이미 전쟁 당시에 엔미를 상대하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했었던 터라 그런 기본적인 건 다 앎. 긴토키는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엔미의 정확한 정체라던가 그들이 쓰는 고독의 원리라던가. 자기 몸에 왜 그들의 문자가 새겨졌는지 원일을 밝혀야 했음. 애들이 걱정할까 봐 간간히 모습을 보이는데 같이 오랫동안 있지는 않음. 뭔가 계속 위험하다고 본능이 경고를 울려대니. 조심해봐야 나쁠 거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한 번 얼굴 보고 마는 걸로 만족함. 애들은 긴토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건 깨닫지만 매일 얼굴 비추러도 오고 해서 괜찮겠지 싶음. 긴토키에 대한 믿음도 있으니. 긴토키는 대부분 외박을 하고 카구라가 신파치네 갈 때만 사무소에 잠. 그리고 또 날이 밝으면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하러 쏘다님.
시간이 갈수록 수첩의 페이지가 넘어가고. 점차 엔미의 정체에 다가가서 결국은 그들이 쓰는 주술이자 그들의 본체가 나노머신이라는 걸 알게 됨. 하지만 자기 몸 상태에 관한 건 알 수가 없음. 분명 그 녀석들은 그 때 처치를 했는데 지금 내 몸의 이건?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서 상의를 풀어헤치고 보자 그 문자들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음.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싶지만 며칠을 걸려 조사한 결과가 손에 있는데 꿈은 아니었음. 혹시나 하고 더 조사를 해봄. 그 과정에서 버섯을 먹고 배가 아파서 편의점 화장실에 똥 뿌직뿌직.
시원하게 배변하고서 나왔는데 의식이 흐려지면서 빈혈처럼 어지럼증이 돔. 비틀거리면서 주저 앉으려고 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몸이 멋대로 움직임. 긴토키를 보고 있던 화장실에 들어온 몇몇 껄렁대는 넘들이 “어이 형씨 괜찮으슈?” 하고 물어오는데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 녀석들을 잡아다가 패대기 침. 뭐야 뭐야! 의식은 깨어 있는데 몸은 자기 의지대로 되지 않는 구역질 나오는 상태가 됨. 패대기 쳐진 놈들이, “뭐 뭐야?! 걱정해줬더니 지금 시비 거는 거야!?” 하고 울먹이면서 말함. 그에 상관없이 긴토키 몸은 그들한테로 달려들려고 함. “히이이ㅣㅣ익!!” 하고 웅크리는 데 몇 초가 흘러도 아프지 않음. 뭐지? 하고서 보니까 긴토키가 바닥에 엎드려서는 부들부들 떨고 있음. “크…. 으…!!” 힘들어 보이는 그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해서 가만히 넋 놓고 있으려니까 긴토키가 소리침. “빨리 나가 멍충이들아!!” 엄청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소리치니까 괜히 무서워져서 “이 이상한 놈 같으니!!” 하면서 다들 헐레벌떡 나감.
긴토키는 한참을 더 그러고 있음. 점차 손끝 발끝까지 자기 신경이 느껴짐. 아니 아니지. 아까도 신경은 느껴졌음. 다만 의식이 깨어있는데도 마치 조종당하는 것 마냥 멋대로 휘둘러졌던 것임. 꼭두각시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데 소름이 돋음. 그리고 점차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아니 원래 알고 있던 건데 점차 하나 둘 기억이 떠오르듯이 인지하게 된 엔미에 대한 정보. 긴토키는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세워서 그대로 못박힌 듯이 서있을 수 밖에 없었음. 경악. 충격. 무슨 말이 와도 부족했음. 엔미와 싸우던 때를 떠올리는 기억 속에서 그를 처치하기 전에 그에게 당한 상처. 그 팔 부분이 욱신거림. 아. 긴토키는 절망적이라고 밖엔. 살짝 벌려진 입이 다물 릴 생각을 안 함.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 머리가 굴러가지 않음.
화장실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몇 명 들어옴. 긴토키는 못 박힌 듯 계속 그렇게 서 있고 들어온 사람들이 “화장실 가려는 거 아니죠?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사용. 시시덕 거리면서 얘기나 나누는 그들하고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것 마냥 긴토키는 미동도 없이 굳어있음. “아 시원했다.” 하고 손을 씻는 남자한테 마침내 움직인 긴토키가 다가가서 자기 수첩을 꺼내 들려줌. “미안한데 이것 좀 편의점 직원한테 전해줘.” 그렇게 말하고서 긴토키는 밖으로 나감. 그 남자는 뭐지 싶지만 순순히 그대로 따르고 이 수첩은 편의점 직원에게 그리고 나중에는 구라파치에게 전해짐.
긴토키는 그대로 정처 없이 거리를 걸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음. 긴토키는 마치 저를 놀리듯이 주입되는 정보들에 분노가 치밂. 마치 눈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죽이겠다고 시시각각 경고하는 놈을 두 손 놓고 보고만 있는 기분임. 아직 나노머신은 퍼지지 않음. 다만 10년간 긴토키의 몸 속에서 인간의 유전자를 완벽 분석했고 대항할 수 없는 바이러스를 생성 중이었음. 이 바이러스의 완성 단계가 곧 코앞이라며 주기적으로 알림이 오듯이 주입되는 정보.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와중에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을 까? 하고 생각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제가 있음. 긴토키는 가다가 구석에서 헛구역질을 함. 스탠드 온천에서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음. 남과 몸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가 존재하고 있는데도 무언가에 먹혀 들어가는 듯한 그런… 분명 내가 존재하는데 그 내가 내가 아닌… 내가 뭐라는 거야 젱장.
긴토키는 그제서야 뼈저리게 행성파괴자라는 이명을 이해함. 이미 뇌는 곧 바이러스 완성 시 이 지구는 그 순간부터 파멸. 인간이란 종의 멸종과 별의 죽음을 결과로 도출해냄.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을 까. 그렇게 생각하면 자꾸 한편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자료나 근거를 떠올림. 젠장 생각하는 것도 나 혼자 못하는 거냐! 벽에 머리를 박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려대는데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음.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고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고 하는 사이에-
아 각설. 귀찮다.
자기 몸이 이미 가망이 없다는 거에서 오히려 희망을 얻는 긴토키가 보고 싶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침식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자기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떨다가. 의식을 붙잡고 즈라를 만나러 갔으면. 즈라는 답지 않게 옛날 이야기나 하러 왔다면서 술을 가져오는 긴토키를 나무라지만 응대해주고. 과거가 마냥 행복했던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둘이 그 뭐랄까 회상하면서 이야기 하는데 잔잔한 미소만 입가에 띠면서 말했으면 좋겠다. 간간히 장난스럽게 츳코미보케가 오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갔으면. 그리고 점차 의식을 붙잡는 게 힘들어진 긴토키가 마지막으로 엔미에 대해 기억하냐고 물어봄. 가츠라는 오랜만에 듣는 이름인걸. 행성파괴자. “긴토키 그건 왜 묻는 거냐?” 가츠라도 그 시절 이후의 정보는 없다는 걸 직감으로 안 긴토키는 이만 떠나겠다고 서둘러 나감. 가츠라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긴토키 때문에 “긴토키?” 하고 불러 세우면 긴토키는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애써 마른 침을 삼키면서. “즈라. 등 뒤는 맡긴다.” 어휴 난 진짜 대사고자다. 뭐 저런 류의 대사를 남기고 떠나는 긴토키. 가츠라는 이상하게 여겨서 나중에 해결사 사무실로 찾아갈까 생각함.
긴토키는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서 자꾸 끊길 거 같은 의식 때문에 스스로 자해하듯이 막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그럼. 그럼 천천히 안정되는 의식을 느끼면서 바닥에 주저 앉음. 제길… 방법… 방법이 없는 건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의도치 않게 제 손에 모든 게 파괴되게 생긴 이 상황이 처음이라 긴토키도 매우 혼란스러울 거 같다. 그리고 사무실로 안 돌아간 지 일주일이 넘자 서서히 주변에서 저를 찾는 소리 같은 거나 낌새가 느껴짐. 안돼 안돼.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애들한테 돌아갈 수도 없음. 사실대로 밝히고 도움을 구하기에는 자기 스스로가 너무 위험해서 애들을 말려들게 하기 싫음. 좀만 더 참고 기다려라 카구라. 신파치. 그렇게 애들 얼굴 떠올리면서 좀 힐링하고. 자기 몸 안의 엔미를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걸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서, ‘죽는다’는 수단은 최후의 최후로 생각하는 긴토키. 그래 긴토키씨가 죽으면 어느 웩로인이 울다가 토할 거야. 인간을 걸친 안경도 눈물로 안경알이 더러워질 지 모르니까. 그러면서 대충 떠오르는 인연들을 한번씩 회상하고는 하, 하고 힘없이 웃음. 기쁘다. 긴토키씨를 위해 울어줄 멍청이들이 이렇게 많군. 기다리는 자의 심정을 잘 아는 긴토키니까 절대로 죽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할 거 같다. 그 녀석들 맘 고생 시키지 말아야지. 꼭 그 곁으로 그 자리로 돌아가야지.
하지만 결국 포기하게 될 거 같다. 머릿속에서 엔미가 경고하듯이 저절로 알게 됨. 아. 이제 곧 완성이다. 긴토키는 점차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자기 몸 역시 엔미와 일심동체랄지. 분리할 수단이 없다는 걸 엔미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걸 받아들인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 내가 죽으면 되잖아. 내가 곧 엔미니까.
우연한 계기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은 순간 떠오른 도라이몽. 긴토키는 보험을 들어놓자며 겐가이 영감한테 찾아가고 타임머신을 부탁. “만들 수 있지? 영감.” “너 머리가 돈 거 아니냐?” 힘들어 보이는 그 얼굴을 보면서 겐가이는 뭔가 알아채지 않을 까. 아 이 녀석 위태롭다. 하지만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긴토키는 자기 부탁만 하고 감. “꼭 성공시켜야 해. 꼭. 그것만 되면 내가 가게를 사주든가 해줄 테니까.” 더불어 겐가이에게 목도를 맡기면서 진검 좀 구해달라고 했으면. 아니면 혼자 알아서 구하려나. 그리고 이제 할복 루트로. 혹시나 모르니까 인적이 없는 산 속으로 들어가서 할복할복. 이 때의 긴토키는 급박해서 애들 얼굴이고 뭐고 머리에 없을 거 같다. 어서 죽어야 해. 내가 죽어야 해 죽지 않으면…! 오로지 죽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할 듯. 옷을 까 내리고. 긴토키도 일단은 사람이니까 죽는 다는 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할복 전에 호흡을 가다듬고. 엔미 네 녀석들 뜻대로 되지 않아!! 할복!!! 하려고 하는데 자기 살결에 새겨지는 문신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 몸. 오히려 손에서 힘이 빠져서 칼까지 놓침. 소스라치게 놀라서 보니까 사라졌었던 가슴의 문자들을 중심으로 온 몸에 글자들이 퍼져나감. 긴토키는 정말 소름 끼침. 공포가 머리를 잠식. 늦었어…!!!
흠 너무 긴 시간 동안 일어난 거 같잖아. 한 이주로 제한하자. 가슴의 문자를 발견한지부터 이주 동안 일어나는 일들로.
신파치와 카구라는 일주일이 넘도록 긴토키가 연락이 없자 점점 불안해하며 자기들끼리 발로 뛰어다니며 찾아 다님. 그래도 수확이 없자 해결사와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긴토키가 돌아오지 않은 지 이주가 되기 직전에 신파치가 신센구미에 찾아갈 듯. 절박한 얼굴로. “곤토씨!!! 곤도씨….! 히지카타씨! 도와주세요 제발……” 울 거 같은 걸 애써 참으면서 절박한 신파치에 곤도와 히지카타와 오키타는 놀랄 듯.
긴토키 쪽은 늦어버린 게 제 잘못이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옴. 내가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진작 죽었으면. 이때 찔끔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 신파치 카구라. 역시 게으름뱅이는 안 되나 봐. 늑장부리지 말았어야 했나 봐.
이후로 긴토키가 백저가 퍼지게 된 걸 어떻게 알게 되려나. 산속이니까. 등산객이나 임업인 혹은 지역 주민이 등산하다가 긴토키를 발견. “아니 젊은 친구가 뭐 하는 겐가!!” 인기척에 흠칫 놀란 긴토키는 서둘러 옷을 입어서 몸을 가리고 도망감. 나노머신이라는 게 어떻게 퍼질지는 몰라도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답인 걸 알기 때문에. BUT 이미 Fail. 이미 그 사람은 감염자가 됨. “거참. 이상한 청년일세.” 그 분이 산 밑을 내려가 에도로 입성하는 시점에서 페일. 그렇게 백저는 퍼지게 됨. 긴토키가 사라진 지 딱 이주가 되는 시점에서.
긴토키는 산 속에서 버려진 라디오를 하나 주움. 그리고 그걸 통해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에도를 강타했다는 걸 들음.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질 듯. 나다. 더 이상의 얘기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음. 점점 의식이 라디오의 소리에서 멀어짐. 나 때문이다.
백저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이 뉴스는 삽시간에 에도를 포함해 세계에 퍼지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랜덤이잖아? 아직 방법은 있습니다 하고 떠들어대는 뉴스와 달리 지구를 떠야만 살 수 있다는 말이 암암리에 퍼짐. 소시민과 빈민층은 꿈에도 못 꿀 방법. 오토세와 오타에가 걱정되는 마음에 일단 신파치와 카구라에게 긴토키 찾는 건 잠시 멈추라고 함. 아 모르겠다 각설.
“떠날 참이었는데 다행이다.” 편의점 알바생이 해결사 사무실에 들려서 수첩을 전해주고 감. 이미 백저에 대해 사실들이 낱낱이 밝혀짐. 모두들 지구를 떠야 한다며 한바탕 폭동도 일어났었지만 이미 지나간 이야기. 신파치와 카구라는 메모를 읽으면서 긴토키가 백저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원래도 지구를 떠날 생각은 없었지만 더더욱 지구에 남아있어야지 하고 생각하겠지. 긴토키(씨)가 못한 일을 내 손으로! 거기서 서로가 서로에게 빨리 떠나라고 하다가 감정 상하고 마음 상하고 싸울 거 같다.
“신파치 너는 누님을 데리고 떠나라 해. 너는 도장을 부흥시켜야 하잖아. 여기 일은 나한테 맡겨라 해. 난 지구인이 아니니까 백저에 걸리지 않을 거다 해. 너 같이 허약한 놈은 백저에 금방 걸릴 거 같으니까 말이야 해.”
“카구라야 말로 떠나. 떠나서 바다돌이 씨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게 어때? 이건 지구의 일이야. 너까지 피해를 볼 필요가 없어.”
“내가 있을 곳은 이제 지구다 해!!!”
“난 약하지 않아!!!”
그렇게 서로에 대한 걱정으로 상처를 주고 해결사는 찢어지게 되고.
긴토키는 위에서 적은 거처럼 자아를 잃을 때마다 엔미화 되어갈 듯. 복장을 갖추고 삿갓을 쓰고 그 뭐야 그 뭐라고 하나 막대기 그거. 그것도 어느 센가 손에 들고 있고. 아 할복하려고 가져왔던 진검은 진작에 부러뜨리고 버렸을 거 같다. 만에 하나 의식을 잃었을 때 그걸 들고 누군가를 해하려 들지도 모르니까. 긴토키라면 충분히 그럴만해…
뒤늦게 부적과 붕대로 감싸도 이미 퍼진 백저는 어찌할 길이 없고. 하루하루를 죽을 방법과 어서 겐가이 영감의 타임머신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긴토키. 흐유. 겐가이가 백저에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빌 거 같다. 무서워서 보러 가지도 못하고. 만에 하나 갔다가 저로 인해 감염되면 안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오토세를 비롯해서 애들하고 다른 아는 사람들이 혹시나 걸렸으면 어떻게 하지. 아냐 그 멍청이들은 어떻게든 살 거야. 그렇게 위안 삼으면서 하루하루를 남.
점차 의식을 잃는 시간이 길어지고 오히려 제정신일 때가 짧아져감. 긴토키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초췌한 마음으로 겐가이 쪽을 보러 감. 거의 다 끝나간다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을 놓고. 이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애들 얼굴 보고 가려는 긴토키. 오토세는 정정하고. 카구라는 하도 많이 커서 몰라봄. 신파치도 저보다 키가 커지고 떡대도 생겨서 그 와중에 흐뭇함. 그런데 왜 둘이 따로 있지? 뭐 그런 생각 와중에 으아니 이거 웬걸. 오타에가 백저에 감염됨. 머리가 새하얀 오타에를 보자마자 긴토키는 바로 도망쳐서 다시 산 속으로 돌아옴. 그리고 손에 쥔 걸로 마구 자기를 자해. 하려 하지만 이 놈의 몸은 몸에 뭔가를 하려고만 하면 말을 안 들음. 이젠 내 몸도 내 뜻대로 안되지. 하하. 모든 걸 다 포기한 듯이 웃으며 스르르 주저 앉는 긴토키가 보고 싶다. 어쩌면 울지도 몰라.
그래도 겨우겨우 마음 다잡아서 타임머신이 데려올 과거의 자신만을 기다리겠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긴토키의 유지를 잇기 위해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해결사를 자처하고. 강해지기 위해 혼자 노력하고. 그러다가 옛날 생각이 나면 눈물 좀 적셔주고. 아이고 덕력이 딸려서 더는 무리다.
4. 엔미긴
심한 짓을 했어. 그 고통을 알고 있는 데도… 그런 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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