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魂

긴토키::엔미긴+해결사

자모옹 2015. 3. 20. 08:25
컴을 못하니 폰으로 이러고 앉았지 어휴.

폰으로는 맞춤법 점검도 못하고 띄어쓰기도 못하고... 들여쓰기도 못하고... ㅂㄷㅂㄷ




극장판2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썰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비단 어딘가 허술한 소라치의 설정때문만은 아니라고!! 는 못하지만...... 그 사이사이 여백과 공백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으니 덕으로선 좋구나.

빨리 극장판2 애니코믹스 보고싶다. 소라치 콘티 엄청나다는 건 돌아다니면서 보긴 했지만ㅋㅋㅋㅋㅋ 애니는 어른의 사정으로 바뀌고 삭제된 게 많던데. 소라치의 원래 스토리버전이 보고싶당.

 

 

"날 이길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잖아."

 

2 2한 대사지만 농구만화의 청봉이랑 달리 중2하지 않은 건 긴토키가 처한 상황때문이겠지.

 

긴토키는 엔미의 위험함, 그러니까 백저 전염의 위험성도 알고 있고 자기를 죽이려는 이는 얼마든지 있지만 확실히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얼마 없던 거야. 게다가 누군가가 저를 죽이려 한다면 부상이든 죽음이든 희생이 불가피해지지. 게다가 죽일 수 있는 아이들은 다 레귤러캐릭터들로 자기를 죽이고 나서 엔미 정체가 긴토키였다는 걸 알게 되면 피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겠지. 더군다나 난 엔미긴이 자기기 엔미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녀석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을 것. 또한 이 세계의 엔미를 죽여봤자 이미 버려진 별이 된 지구의 상황은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아이들의, 모든 은혼 캐릭터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겠지. 그런고로 자기를 죽여줄 사신으로 택한 것이 자기자신.

 

5년 전의 긴토키는 이미 엔미에 감염되었으니 다른 캐릭터가 저를 상대함으로써 백저에 감열될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또 아무리 신체가 약해졌다 하더라도 무신이라고 불렸던 긴토키였으니 누군가가 엔미긴을 죽인다 하더라도 분명 지대한 부상을 입을 것이 확실한데 그게 긴토키 본인이면 상관 없을테고. 따지자면 자해가 되는 건가?ㅎㅎ 무엇보다도 신체적으로 약해진 저를 5년 전의 건강한 긴토키가 죽여줄 거라는 것 의심치 않았을 것. 또 저를 죽인 후 과거로 돌아가 엔미가 뿌리를 내리기 직전의 백야차 시절 긴토키를 죽일 수 있는 것도, 별 탈 없이 과거로 서슴지 않고 갈 수 있는 것도 긴토키 자기자신뿐일 테니. 그 시절의 기억이 있기에 지리도 기억하고 확실히 끝장 낼 수 있고. 과거의 긴토키를 죽임으로써 5년 전의 긴토키는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니 에너지도 아끼고 일석이조(?)

 

5년 후의 엔미긴은 여전히 강했지. 5년 전의 긴토키만 해도 그렇게 깨졌는걸. 하지만 내 망상썰 설정을 넣어보자면 신체적으로는 일반인보다 조금 못되지 않았을까. 그 긴토키가 천하의 사카타 긴토키가 할복을 시도했다는 건 엄청나다. (금혼편에서는 죽지 않을 거란 게 확실해서 위기감이 없어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해결사여 영원하라에선.... 눈물.) 그런 놈이 크게 결심하고 최후의 수단이자 생각한 할복이 안되니 어떻게든 죽으려고 노력했겠지. 그 어떻게든 중에는 자해는 기본으로 포함하여 스스로의 팔다리를 분지르고 먹지 않고 마시지 않는 방법도 포함되었으리라.

엔미가 숙주를 침식하는 것은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생각된다. 자유롭게 풀어주되 죽을 거 같다고 위기의식이 느껴지면 그때부터 신체의 제어권을 빼앗는 것. 긴토키도 제가 죽으려고 하면 몸 속 엔미가 막고 오히려 침식이 더 깊어진다는 걸 알아차리겠지. 잔머리 잘 돌아가는 긴토키니까. 천천히 기동력을 상실시키고 끝내 죽음이 다다르는 방법을 고안해내지 않을까.

 

 





 

 

"죽으려고만 안 하면 된다 이거지?"

 

뿌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나며 긴토키는 웃었다. 긴토키는 비오 듯 식은 땀을 흘리고 호흡이 거칠었으나 하늘에 올라간 듯 기분 좋았다. 대충 원인이 짐작이 가는 열에 취해있어서 감각이 몽롱하여 그런 건 아니었다. 이 방법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에 기인한 것이었다.

 

"죽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 알겠냐?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으라고 엔미."

 

물에 젖은 솜마냥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긴토키는 건물의 잔해에 다리를 올리고 주저 앉았다. 쉽게 하기 위해 뾰족하게 모난 부분에 무릎을 맞춰 올렸다. 어떻게든 엉덩이를 붙여 앉고는 아까 봐두었던 시멘트 덩어리를 들어올렸다. 적당히 큰 크기에 무겁고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모서리가 제격이었다.

 

"으하하. ~대 죽으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또 몸 빼앗기만 해봐라 요 녀석아."

 

어지러운 시야에 곱게 놓인 제 두 무릎과 제 두 손에 들린 커다란 시멘트 덩어리가 보였다. 원체 열로 인해 뜨겁게 달뜬 몸인데도 몹시도 들뜬 탓에 긴토키의 체온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지끈거릴 정도로 뜨거운 신체온도와 어제까지만 해도 눈이 내렸던 외부 온도와의 차이 때문에 오한이 들었으나 문제되지 않았다. 예상되는 고통의 두려움보다는 성공하리란 믿음으로 인한 기쁨과 즐거움이 더 컸다. 하하 기분 좋다. 땀은 비오 듯 오고 숨은 가쁘지만 긴토키는 웃었다. 좋아. 기분 좋아. 안 그러냐 신파치 카구라.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도 긴토키는 정확히 제 두 무릎을 향해 시멘트를 내리찍었다.

 

 



자의로 분질러진 두 무릎은 체온만큼이나 뜨거운 핏줄기를 흘려대었다. 온전히 잘 붙어있는 팔다리를 누군가 강한 힘으로 잡아 뜯는 것만 같았다. 마비도 되지 않은 체 그런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정신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환해지다가 암전하기를 반복하는 시야에 긴토키는 돌아가려는 눈을 부릅 떴다. 안돼 안돼. 비명이 나오려는 입을 입술이 잘려나가도록 깨묾으로써 막았다. 기절할 것만 같은 고통 속에서도 온몸을 덜덜 떨며 긴토키는 가까스로 의식을 부지했다.

으하하. 하하. 와우. , 하하... 됐다 됐어. 아까보다 거세게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처참하게 짓이겨진 무릎 부위가 보였다. 붉고 뜨거운 건 피와 살의 잔해였다. 그 가운데서 뽀얗게 보이는 뼈를 보고 나서야 긴토키는 전신에 퍼지는 괴로움과 아픔에 상체를 뒤로 젖혔다. 몸부림치고 싶은 의지와 달리 바르작대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몇 번이고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소리가 난다고 고통이 덜한 것도 아닌데 몸은 본능적으로 입을 벌렸고 그 때마다 긴토키는 끊임없는 고통과 함께 끊기지 않는 신음을 게워냈다.

 

암전을 반복하던 시야가 진정되었을 때 비로소 긴토키는 어느 정도 고통에 익숙해져 있었다. 생리적으로 나오는 눈물과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훔쳐내며 주먹을 쥐었다.

아직 안 끝났다. 고안해낸 신개념 자살법은 이제서야 1단계였다.

 

크윽, ...!... , !...... 허억... 고통에 전신이 마비되고 나서야 긴토키는 제대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었다. 어둠이 깔려오기 위해 붉은 융단을 펼친 듯 하늘의 끝에서 끝으로 붉디 붉은 노을이 깔려있었다.

마침 딱 좋잖아. 긴토키는 이미 지쳐있었다. 엔미가 발현된 이후로 제대로 수면을 취해본 적이 없었다. 백저라는 이름으로 엔미의 나노머신이 퍼진 이후로는 잠시라도 쉴 틈도 없었다. 늦게라도 대처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막을 수 있는 수단, 죽을 수 있는 수단을 갈구했다. 신체적으로는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나 정신적으로는 이미 오래 전에 과부하가 걸려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었다.

 

피곤과 죽음의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진 눈으로 긴토키는 벌벌 떨리는 팔을 들어 품에서 날붙이를 꺼냈다. 미리 찾아둔 것을 품고 있던 것이었다. 건물의 어딘가에 붙어있었을 유리의 파편이었다. 유리치고 두껍고 매끄러운 그 단면은 살짝 닫는 것만으로도 손톱의 살을 파고 들어 피를 보였다. 그 점이 매우 마음에 들어 주변에 굴러다니는 천에 쌓아 미리 챙겨두었던 것이었다.

 

입을 열자마자 터져 나오는 헉헉 소리에 실소를 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나 이번에도 죽으려는 거 아니다........"

 

덜덜 떠는 손으로 유리조각을 들어 눈 앞에 볼 수 있도록 가져왔다. 어둠이 덮여가는 하늘 아래에서도 노을 빛을 받은 유리조각이 영롱이 빛났다.

 

아아 카구라의 눈도 햇빛이 비치면 이렇게 영롱했었지.

 

대부분이 한가했지만 날이 좋은 날이면 아이들은 저를 끌어내어 강변을 산책하곤 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햇빛으로 인해 미지근했지만 피부에 닿는 느낌은 시원했고 쨍 한 햇빛을 받아 넘기며 강변의 잔디들은 짙은 푸름을 뽐냈다. 그 아래에서 뛰노는 사다하루와 카구라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햇빛이 사다하루의 하얀 털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면 그 빛의 파편들은 카구라의 눈동자로 스며들었다. 햇빛 아래 설 수 없는 몸이지만 그 빛나는 항성을 동경하는 아이는 우산을 들고 풀에 비치는 빛이라도 눈에 담았다. 카구라의 맑은 해양과 같은 눈빛이 빛을 품으면 보고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꼭 바닷속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한창 뛰놀다가도 저를 쳐다보며 손을 흔드는 카구라에게 멋쩍게 웃으며 슬쩍 손을 들었다가 다시 내리면, 옆에서 신파치가 좀 더 제대로 상대해주라며 제 손을 붙들고 흔들었다. 투덜투덜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쳐다보면 신파치의 다갈색 눈동자도 햇빛 아래에서 여실히 그 따뜻한 고동색을 드러내었다. 눈동자보다도 더 반짝이며 빛나는 안경에 긴토키는 너털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왜 왜웃어요 긴토키 씨?

아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파쯔앙의 영혼이 대단해서. 역시 넌 안경이야. 안경이 안경이니까 그렇게 빛나는 거겠지.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 천연파마!! 누가 안경이냐!!

아아 좋겠다 반짝반짝 빛나서. 신파치의 본체인 안경이 반짝반짝 빛나서.

아냐!!! 본체는 따로 있다고!! 당신 눈앞에 본체가 걸어 다니고 말하고 있다고!!

무슨 소란이냐 해. 역시 날 두고 싸우는 거냐 해.

넌 무슨 드라마를 봤길래 그런 개 뼈다귀 씹어먹는 소리를 하는 거래니? ? 카구라야.

긴토키 씨가 내 안경이 반짝인다고 놀리잖아!

아 정말이다. 진짜 반짝거린다 하. 신파치 대단하다 해. 신파치란 그렇게 반짝거릴 수 있는 존재구나 해.

어이이ㅣㅣㅣㅣㅣ!!! 그만두지 못하겠냐 쉰내 만두머리!!!

자자. 진정해 팟쯔앙. 팟쯔앙이 빛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사다하루도 카구라도 제대로 빛나잖냐.

헤헤 나도 빛나는 거냐 해. 긴토키가 바른 말도 할 줄 알고.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 나보다 해.

어라 왜 좋은 말을 해줘도 내게 들어오는 건 비수? 왜 뭘 하든 비수가 꽂히는 걸까?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사다하루가 몸을 누이면 누구하나 할 것없이 셋은 사다하루를 베개 삼아 몸을 뉘였다. 살결에 닿는 풀들은 부드러웠고 카구라의 우산을 파라솔 삼아 막아내는 햇빛은 그 따사로움만이 느껴져 포근했다.

 

반짝인다고 하니까 생각났는데요 긴토키 씨.

으응?

제 생각엔 정말 반짝이는 건 따로 있어요.

 

새초롬하게 눈을 굴리며 말하는 신파치를 보고 카구라가 입이 찢어져라 씨익 웃었다.

 

신파치. 나랑 같은 생각하는 거냐 해.

역시. 카구라 너도?

 

둘이 그렇게 얼굴을 마주하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만들어 보이더니 저를 바라보았다. 천진난만한 얼굴 뒤에 무슨 악담을 퍼부을지 상상도 안 가서 바짝 긴장한 얼굴로 뭐하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더욱 눈을 접으며 웃었다.

 

반짝반짝 거리는 거 말이에요 긴토키 씨.

모르는 거냐 해. 긴쨩 모르겠냐 해.

 

잔뜩 움츠러든 얼굴로 있자니 아이들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때 무슨 말을 했더라.

 

긴토키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이제 몸에 느껴지는 괴로운 고열도 무릎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던 화상 같은 아픔도 전부 상관없었다.

 

하늘은 거의 어둠에 먹히기 일보직전이었다. 끄트머리만 남은 노을의 핏빛이 아련히 빛나는 걸 보며 긴토키는 카구라와 신파치가 보고 싶었다. 다시마를 우물거리던 카구라도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여는 신파치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녀왔냐고 말을 건네는 그 둘이.

 

긴토키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힘이 들어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유리조각은 잡은 손에 힘을 주자 투둑 실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액체가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제대로 잡고 있었다. 긴토키는 천천히 여전히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었다. 이번에도 별 거 없는 간단한 일이었다. 유리조각을 쥔 손에 힘을 주고 그 쪽 팔을 반을 접어 목에 손이 닿도록 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전신이 홧홧하게 감각이 녹아버려 느껴지지 않았지만 긴토키는 목에 유리조각의 단면이 닿아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정말 간단한 방법이야 정말.

다른 손으로 조각의 단면이 목에 잘 닿도록 잡아 고정시킨 다음 조금의 힘을 주면 되었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섬유조직이 튿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푹 눌러버리고 싶지만 그래서는 심혈을 기울인 계획을 망치는 것이었다.

아주 미묘한 정도로. 알아차리지 못하게.

소량의 힘을 가해도 날카로운 단면은 살에 쉽게 파고들었다. 꿀렁이며 무언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간단했다. 그대로 조각을 든 손을, 팔이 붙어있는 쪽으로 천천히 잡아당겨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손이 점차 팔 쪽으로 다가 갈수록 목에서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제 눈으로 볼 수 없어 궁금했다. 꽃봉오리가 틔우듯 살이 벌어 졌을까.

 

마침내 다 긋고 나서야 긴토키는 조각을 쥔 손을 풀었다. 됐다 됐어. 완벽하다. 계획대로다. 긴토키의 숨이 느려졌다. 잔뜩 풀어진 호흡에 신체의 열이 담겨 퍼졌다.

아득한 시야에 하얗고 뿌연 것이 잠깐 어리다가 사라지기를 몇 번 긴토키는 그게 입김이라는 걸 뒤늦게 인지했다. 사고가 느려졌다. 긴토키는 이제서야 살갗에 이는 매서운 추위를 느꼈다.

 

1월의 겨울 밤은 동사하기 딱 좋은 온도였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목에서부터 느릿하게 흘러나오는 것은 아주 여유로운 붉은 물감이 따로 없었다. 목에서부터 흘러 머리를 적시고 어깨와 등을 적시며 긴토키의 몸을 따라 웅덩이를 져가며 점점 영역을 넓혀갔다.

 

터미널의 폐허로 거처를 옮긴 후, 밤에 몰래 숨어 든 약국에서 효과도 이름도 모르는 약을 되는대로 훔쳐왔었다. 개중에 다행이 아는 것이 있었다. 대충 설명서를 훑으며 복통과 두통, 열을 동반하는 부작용을 지닌 약들을 털어 넣었다. 그로 인해 메스꺼운 속과 아릿한 몸을 이끌고 움직였다. 땀으로 인해 젖었던 머리칼은 지금은 살짝 얼어있었다. 부작용을 바라고 남용한 약과 함께 털어 넣었던 4통의 수면제는 먹은 지 몇 시간이 지난 이제서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완벽해 완벽해.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물들고 나서야 긴토키는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놓았다. 천천히 스르르 풀리는 긴장과 함께 수마 역시 풀려나 점차 감기려는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의식과 함께 흐려지기 시작한 시야는 온통 어둠 일색이었으나 간간히 하얀 빛이 들기도 했다. 손톱모양도 되지 못한 달이었다.

 

영롱한 달빛이다.

자 내 회심의 방법이 어떠냐 엔미.

 

잔뜩 일그러지게 웃고 싶었으나 몸은 긴토키의 통제를 벗어났다. 늪마냥 천천히 빨려 드는 의식 속에서 긴토키는 빌고 빌었다. 이대로 눈을 뜨지 말기를. 눈을 뜨지 않기를. 눈을 뜨지 못하기를.

 

 

  아 생각났다.

 

카구라와 신파치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제일 반짝이는 건 천연파마백발!"

 

그렇게 말하며 웃는 아이들에게 저는 뭐라고 대꾸 했던가.

 

아아.

 

만개한 꽃마냥 웃는 아이들을 따라 긴토키는 저 역시 따라 웃었다. ㅡ바보 아니냐 너희들. 우산의 틈으로 들어온 빛살에 긴토키의 머리가 빛을 품고 반짝였다.

 

정말 보고 싶어.

 

비로소, 붉은 눈이 모습을 감추고 나서야 긴토키는 긴긴 잠에 들었다.

 

 

1월의 겨울밤은 춥고 붉은 요람마냥 피가 긴토키를 감쌌다. 꿈을 꾸는 지 간간히 움찔거리는 눈꺼풀 아래의 몸이 서서히 얼음장마냥 차갑게 온기를 잃어갔다.

 

 

 

 





행복한 꿈 꾸렴 긴토키.

하지만 긴토키는 눈을 뜨겠지. 꺼이꺼이

 

긴토키는 문득 눈을 뜨고 상황 인지를 못하다가 동공 열리고 푸른 하늘을 눈에 담은 다음 절망.

 

엄청난 공복감과 갈증에 절망하고 열심히 뛰는 심장과 깊기 공기를 빨아들이는 폐에 또 절망하고. 더더욱 절망스러운 건 그렇게 엉망진창이었던 무릎이 여전히 보이는 건 참혹하지만 그래도 회복이 되어서 다시 걸어 다닐 수 있게 된 거.

 

분명 계획을 실행했던 건 대충 어림잡아 1월이었으나 눈을 뜬 지금은 따뜻하고 풀 내음이 나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완연한 봄. 4? 3?

 

최소 3달을 잤는데도 왜 살아있는 거지? 먹지 않은 지 마시지 않은 지는 보다 더 오래되었는데 지금 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거지?

 

망연자실하게 누워서 하늘 보다가 울컥 눈물이 올라오지 않을까. 눈물이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결국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면 그제서냐 재빨리 닦고 일단 몸을 일으키는 거지.

 

무릎은 엉망이어도 설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몸이 전체적으로 마르긴 했으나 분명히 살아있고. 자기가 일어난 자리를 보고서 헉! 하고 놀라겠지. 사람보다도 큰 커다란 웅덩이 같은 것이 검붉은 색으로 있는 거. 긴토키는 반사적으로 제 목에 손을 가져다 대지만.

......이럴 수가.

메워진 상처.

긴토키는 허망하게 선선하고 기분 좋은 봄바람을 맞으며 폐허가 된 에도의 가부키쵸 쪽을 보겠지.

...하하. 이제 믿을 건 영감... 아니. 영감은 꼭 해낼 테니. ...나 자신 뿐인가.

 

잠깐. 뭘 하다가 이렇게 길어졌다지;;;;

 

내가 엔미긴을 특히 유별나게 고통 받도록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엔미긴이 처한 상황이나 소라치 설정이 고통 받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듯^^

 

애니에 나오는 장면마다의 엔미는 의식이 있는 긴토키 같다. 안 그러면 그렇게 기다리듯 쳐다보지도 않겠지.

 

지구에 나노머신을 푼 엔미는 그 기계에 입력된 코드대로 다른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을까. 행성파괴자잖아. 지구만 뿌셔뿌셔해서 뭐해. 만족 안 할 듯. 그러나 터미널은 부서졌고. 긴토키를 완전히 침식한 이후 엔미는 긴토키의 자살을 방지하는 거 말고는 딱히 하는 일이 없을 거 같다. 지구를 떠날 수 있는 수단을 보는 순간 배든 뭐든 몰래 숨어 타들겠지만. 그마저도 이미 버려진 별에 뭘 바라노. 그러니까 잠정적으로 무기한 활동중단에 들어가는 거.

당최 이미 긴토키침식 100%니까. 할 것도 없겠다 할 일 없이 터미널에 박혀 있는 거. 그 와중에 간간히 긴토키가 침식 풀고 이성 되찾고 겐가이 영감 얼마나 진척되었나를 보러 간다거나 그랬겠지. 응응.

 

안 먹고 안마시고 안 싸고 안 자도 살아있는 긴토키. 예전 썰에도 썼지만 엔미의 코어가 생체유지활동을 다 대신 처리해줄 듯. 진짜. 엔미 찌질이새키. 엔미긴이 엔미인 저 자신을 해치우려면 코어를 부셔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미 인간으로서 몸이 죽은 사람 수준인 긴토키가 코어 없이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으으ㅡ 긴토키 찌통.

왜 난 내 썰에 스스로 살을 붙이는가.

 

쨌든 숙주를 유지시키기 위한 엔미의 바람대로 긴토키는 살기는 살되 증오와 자괴감과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천천히 내면부터 문드러져가겠지. 엉엉.

 

그리하여 일반인보다도 못한 신체의 긴토키가 됨. 하지만 긴토키의 경험을 통해서 싸우는 엔미인지라. 강하겠지 응. 백야차+온갖 산전수전을 다 해쳐온 해결사 긴토키로서의 경험치가 있으니.

 

뭘 얘기하고 싶었는지 까먹었다.

...

......

 

 

자기 자신이라 행동이 예상 가능하다고 그걸 위해 죽은 척을 한 긴토키.... 야레야레 이러니까 긴토키는. (지퍼를 내린다)

 

엔미에 침식당한 긴토키=긴토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몸을 움직이는 엔미=5년 전 긴토키가 만난 엔미.

 

. 어떻게 시간도둑을 납치하여 긴토키를 만나긴 한 엔미긴이지만 그 이후에는 간신히 유지하던 정신도 끊기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몸이 목검에 꿰 뚫린 후.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아아 드디어. 염원이 이루어졌어.

겐가이 영감 왜 이렇게 늦게 만들어서 5년이나 시간이 흐르게 했는지 네 놈은 왜 그렇게 태평하게 미래 구경하러 오듯 왔는지 그런 불만이 솟다가도

아 이제 내 저주는 이걸로 끝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크흡흑흙윽흑 긴토키ㅠㅜㅠ

죽어가는 걸 느끼면서 과거에서 온 자기에게 더 과거로 가서 할 일들을 알려주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죽는 엔미긴은 진짜 명장면. 그 입 그리는 거에 영혼을 갈아 넣은 거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표정 안 나오지...ㅠㅜㅠㅜㅠ

 

뭔가 더 하고픈 말이 있었는데 뭐지.

기억도 안 나고 정작 그걸 쓰려고 달려왔는데....!! 부들부들

 

나중으로.

 

 

 

 

2. 긴토키 손이 고왔으면. 모양이 곱다는 거지 손 자체로서는 음... ... 어렸을 때부터 검을 잡은 지라 군살은 기본이고 검을 잡는 방법 때매 어디가 좀 휘었다던가. 아무튼 평범하진 않을 거 같다. 손바닥도 넓직하고 손가락도 길쭉길쭉하고 손톱모양도 이쁜 데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이곳 저곳 자리 잡은 상처의 흔적과 군살이 박혀서 두껍고 무거운 느낌이 날 것만 같다. 손등에는 힘줄도 기본적으로 항시 튀어 나와있고. 오 힘줄. 하는 정도? 평범하게 평범하게. 하얀 피부의 손등에 푸른 핏줄 두 세갈래. 하읏() 본래 모양만큼은 섬섬옥수같이 이쁜 긴토키 손에 카구라가 매니큐어 칠해주거나 봉숭아물 들여줬으면.

 

와 긴쨩 손톱 예쁘다 해. 손가락은 비엔나 소시지처럼 뼈마디가 울퉁불퉁한데 손톱은 길쭉길쭉하게 생겨서 칠하기도 편하다 해.

.... 아아 예이예이. 잘 알았습니다 카구라님. 그러니 그런 칭찬보다는 그냥 그만둬주세요. 다 큰 사내 손에 매니큐어는 그만둬주세요.

뭐 어때요 긴토키 씨. 요즘 손톱이 자꾸 부러진다고 불평했잖아요~

 

아니면 괜히 그냥 만지작 만지작 주물주물 거리는 것도 좋다.

 

...저기 신파치 군. 뭐하는 겁니까? 긴토키 씨 손 성희롱? 이것이 바로 손 성추행?

뭐에요! 그냥 궁금해서 만져보는 거에요. 긴 씨 손 크고... 단단하고... 그러네요. .

감상이 그것뿐이냐? 안돼 더 찬양해봐. 감히 내 손을 멋대로 만진 값을 해야지.

하하 그거 참 엄청 비싼 손이네요. . 손가락이 길쭉한데다가 손톱이 예뻐요. 손톱 모양이 참 예쁜 거 같아요.

손톱모양은 예뻐서 어디다 쓴다냐.

긴쨩 손 두툼해서 고기 썰고 싶다 해.

어이 신파치 당장 붕대 좀 준비해. 고기에 눈이 먼 어떤 정신 나간 여자애가 날 먹으려고 한다! 이 녀석 머리가 큰 일 난 거 같아!

 

신파치가 계속 긴토키 손 만지작거리면서 딴딴하고 두껍게 배긴 군살을 만지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카구라는 매끄럽고 잘 빠진 손톱하고 길쭉한 손가락 쭈물쭈물 거리면서 돌아가신 마미를 떠올리지 않을까. 병상에 누운 마미의 지시를 따라 봉숭아 물을 들였다던가 하는 추억을 떠올리며.

 

양 손에 애들이 매달려서 아무 말 없이 손을 노리개 삼아 생각에 잠기면 긴토키는 뚱하게 얼굴 찌푸리다가 언젠가 질리겠지. 하면서 힘을 빼고 늘어져라. 제 손에 닿아오는 아이들의 손은 체온이 조금 더 높아서 땃땃하고 작게 꼼질꼼질 대는 살결이 군살이 존재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애들이라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서 힘을 주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들듯. 카구라는 우산 때문에 자꾸 군살이 배기는 거 같아 걱정스럽고. 여자애가 말이야. 물론 쟤가 손 하나로 어떻게 될 거 같지는 않지만. 신파치 손은 처음 봤던 때보다 커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잘 자라고 있군. 곧 내 손만해지겠어. 그런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손. 손이라. 저보다 큰 손이라고는 사카모토 밖에 모르고. 타카스기와 가츠라와는 비등비등했고. 생각의 종점은 역시 쇼요 가야지. 처음 잡았던 사람 온정의 온기. 그 커다란 손은 검을 잡는 사람인지라 단단했지만 온기만큼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