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노 카라마츠는 곧 서른을 눈 앞에 둔 직장인이다. 형제가 저 포함 5명이나 되고 그 5명이 모두 쌍둥이라는 것만 빼면, 카라마츠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평범하게 의무교육을 마치고 평범하게 성적에 맞춰 대학도 들어가 남들과 같이 졸업했다. 별탈 없는 교우관계와 화목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살던 그는 지금은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 회사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사축’이라고 불리며 최근 수면 위로 오른, 기업의 강압적인 노동력착취 피해자 중에 카라마츠도 속해 있는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던 신입 카라마츠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자연스럽게 사축이 되어있었다. 동기들 중 반절은 쥐도 새도 모르게 퇴사하고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됐지만 카라마츠는 꿋꿋하게 남아서 버텼다. 요새 젊은이들은 끈기가 없다며 힐난을 해대는 상사때문에라도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이직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입치곤 가혹하게 쏟아 부어지는 업무량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카라마츠는 제가 사축이니 뭐니, 노동자가 들고 일어나 아래에서부터의 개혁을 한다느니 하는 소리들은 전부 흘려 들었다. 그는 제 생활에 이렇다 할 불만이 없었다. 야근은 밥 먹듯이 하고 주말도 강제 반납하며 수면시간이래 봐야 겨우 네 시간이 될까 말까 하기에 집에도 가지 않고 거의 회사 휴게실에서 숙박하는 나날들이지만 그에 불평을 터뜨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만족하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사생활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회사에 온 시간을 다 쏟게 되지만 그래도 일을 한 만큼 수당은 붙고, 아무리 지겨워도 하루치 업무량이 언젠가는 끝날 걸 알기에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만을 간절히 바라며 카라마츠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비록 학창시절 큰 목소리와 활기찬 기운으로 학급을 주도했던 적도 있고 동아리에 들어가서 열심히 땀 흘리며 청춘을 보낸 적도 있지만, 그 땐 그저 어리고 혈기왕성 했을 따름이라고 그는 납득했다. 지금은 그저 회사에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제 신세가 딱 적격인 것이다. 별 탈만 없다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다가 어느 정도 자금이 여유가 되면 선을 봐서 여자도 만나고 결혼도 하면 될 것이었다. 확실하게 정해둔 건 아니었지만 대충, 매일을 피곤에 찌들어 사는 카라마츠는 제 인생설계를 그리 해놓았다.
특별해 봤자 좋은 게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릴 적에 철 없이 부유한 마담의 눈에 들어 호화롭게 살게 된다거나, 연극으로 성공해서 떼돈을 벌 거라며 떠들어 댔던 환상들은 정말 말 그대로 환상일 뿐이라고 과거로 돌아가, 지금과 달리 힘도 넘치고 방긋방긋 잘 웃는 제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 시절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되려 지금과 180도 다른 그 시절이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이 된 것에는 고마운 마음이 들지만, 어차피 남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을, 어린 치기로 저만큼은 남들과 다를 거라고 큰 착각에 빠져 생활했던 스스로가 떠올라 조금 민망할 따름이었다. 그런 착각 속에 빠져 살았던 것만 빼면 제법 재미있고 활기차고,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들이었다. 튀는 건 좋아했지만 원래 남에게 민폐는 끼치지 못하는 성정인지라 연극부라는 동아리에 들어서는 꽤 나서고 튀길 좋아하지만 부탁은 쉬이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바보로 통했고, 대학에 들어서도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웃기고 성격 좋다고 인맥도 제법 넓었다. 잘 한 거 있긴 하네. 원체 술을 못하는 탓이었지만 대학 다닐 적에 술을 많이 안 한 건 칭찬해 줄만 했다. 그 덕에 현재에 다른 동료 사원들보다 몇 시간을 더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거라고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오늘도 지시 받은 대로 하루 할당치를 끝내기 위해 서류를 붙들고 씨름을 하고 손가락이 나가도록 타자를 쳤다. 평소라면 제 능률과 체력을 칭찬하며 야근업무를 안겨주었을 부장이 오늘은 웬일로 자정을 넘기지 않고 보내주었다. 남들 같으면 옛 저녁에 돌아갔을 퇴근길을 카라마츠는 자정을 코 앞에 둔 시각에 홀로 걸어갔다. 시간이 시간인 지라 거리가 휑했다. 가로등만 켜져 있는 텅 빈 거리가 조금 으스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카라마츠는 언제나, 회사에 들어온 이후 거의 365일 그러하듯이,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피곤함과 수면욕이 더 먼저였기에 한시라도 빨리, 근 4일 만에 들어가 보는 집에 들어가서 바닥에 등을 붙이고 싶을 뿐이었다.
카라마츠는 거의 반쯤 정신을 놓은 상태로 제 집 앞에 당도했다. 카라마츠의 집은 부모님과 형제들과 살던 목조건물과는 차원이 다른, 허름한 연립주택이었다. 값이 워낙 싸기에 들어섰으나 카라마츠는 큰 불편 없이 잘 적응했다. 거의 다 낡아서 가끔 금 간 천장에서 먼지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당연하게도 온갖 종류의 벌레와 동거 중인 집안이었지만, 돈을 모아야 하는 카라마츠에게 이보다 더 좋은 거주지는 없었다. 확실히 다른 누군가를 들이기엔 민망한 집구석이었지만, 워낙 헌 만큼 연립주택임에도 불구하고 가구가 반도 안 차있어 조용한 점과, 사람이 적기 때문에 언제든 편할 때 쓰레기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장점이었다.
3층이 최고층인 연립주택에서도 카라마츠는 건물의 1층 맨 끝에 살고 있었다. 1층이긴 하지만 외벽이 제법 두께가 있어 외풍이나 소음 걱정은 없었다. 더군다나 카라마츠의 집 외벽 옆은 외진 골목길로, 왜 만들어 졌는가 싶을 정도로 사람도 안 다니는 길이었다. 예상하기로는 이 연립주택 옆에 자리한 어느 주택의 주차장으로 쓸 예정이었던 것 같은데, 그 주택 뒤로 여러 주택이 늘어서면서 주차장으로 쓰려던 공간은 결국 길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사는 낡은 연립주택 같이, 이 근방의 건물들은 대체로 다 낡고 허름했다. 집값은 계속 떨어져가도 웬만해서는 새로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고 때문에 갈수록 근방에선 사람수가 줄고 있었다. 때문에 골목길이 있다 한들, 당최 사람이 많이 살지도 않으니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정작 그 골목 공간을 쓰려던 주택도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았다. 간혹 길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걸 본 게 다였다. 그 고양이들을 보면서 부디 오줌은 제 집 반대편 벽에다가 싸기를 바랄 뿐이었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맑은 정신인 적은 없었지만, 카라마츠가 기억하기로 가로등도 고장 난 그 골목에서 사람이 있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밤만 되면 사람이 빈 집이 늘어서서 불도 켜지지 않은 이 근방은 마치 거대한 폐가촌 같은 곳이었다. 그 을씨년스러움에 질 나쁜 녀석들도 밤에는 이 근방으로 발을 향하지 않았다. 맞아. 그 정도인 곳에서 살고 있었지 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라마츠는 현관을 코 앞에 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골목에 무언가, 누군가 있었다.
어두컴컴한 가운데에서 무언가 쌕쌕 거리는 소리가 났다. 숨소리였다. 아무래도 골목으로 들어가야 보일 것 같았다. 가로등 때문에 역광으로 더 어둡게 느껴졌다. 옮기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카라마츠의 뇌에선 피곤하고 귀찮고 힘드니까 얼른 자라고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사회에 찌들었어도 그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또 누군가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카라마츠는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숨소리라고 생각한 것은 가냘프게만 들렸다. 다가갈수록 오히려 꺼져가는 듯이 작아져 갔다. 이윽고 발에 무언가 채였다. 카라마츠는 발걸음을 멈췄다.
카라마츠의 구두 바로 앞에 놓인 건 사람의 손이었다. 어둠에 익자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었다. 사람이 쓰러져있었다.
안 그래도 주름이 가 있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남이 보면 무섭다고 질색일 얼굴을 하고 있으나 그 속은 그저 곤란할 따름이었다. 카라마츠는 잠시 멍청하니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후우.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카라마츠는 몸을 숙였다.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은 의식이 없는지 무거웠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 근방은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니까. 아직 겨울이 다가오기에는 멀었지만 그렇다고 밖에서 노숙을 할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 손에 닿는 옷의 표면이 부드러운 것이 제법 좋은 옷 같았다. 제 싸구려 정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매끄러운 것에 놀라면서도, 이렇게 값 나가는 옷을 살 정도의 재력을 가진 이가 왜 여기 있는 가. 설마 범죄자는 아니겠지. 그런 생각들을 떠듬떠듬 떠올렸다. 그래도 하는 수 없었다. 저와 엇비슷한 체격인 걸 보니 남자가 확실했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그를, 카라마츠는 제 등에 걸쳐 업었다.
수면욕을 이기는 자아실현 욕구라니. 아니면 어릴 적의 치기라고 생각했던, 이상을 추구하는 환상 같은 게 아직 남아있는 지도 몰랐다. 뭐가 되었든.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등 뒤에 누군지 정체도 모르는 남자를 업은 채 카라마츠는 힘겹게 문을 땄다.
*
“Gattino, 뭘 하는 거지?”
언제 들어도 신기한 발음 뒤에는 익숙한 언어가 들렸다. 카라마츠는 저절로 찌푸려지는 눈살에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이었다. 밀려있는 빨래를 위해 엎어져 자고 싶은 걸 참아가며 열심히 빨래판에 빨랫감을 문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집의 주인은 저였건만 손님이라는 작자는 가만히 있어주기는커녕 집 안을, 똥마려운 개마냥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더니 뻔히 손빨래 하는 절 보며 뭘 하냐고 묻는다. 카라마츠는 이미 만성적으로 인상을 쓰고 살았지만 뒤에 보이는 인물을 보면 저절로 더욱 찌푸리게 됐다.
“…보면 알잖나.”
“흐응? 피라도 묻었나?”
“아니……”
피라니. 무서운 소리 말라고. 빨래 하는 거다, 빨래. 그리 말하면 경악하듯이 얼굴을 굳히며 뒷걸음질 치는 것이었다. Momma mia! Gattino… purtroppo(불쌍하게도)…. 세탁을 직접 한다니…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조금 신경이 거슬렸다. 맘, …뭐?
“이게 일반인의 기본이야. 너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툭 하고 던지듯이 뱉으면 보라색 눈동자가 제게 머물러 있음이 느껴졌다. 진득한 시선에 마지못해 카라마츠가 눈을 마주치면, 상대는 과연 카라마츠보다 연하인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조금 앳된 눈매로 얇은 초승달을 그렸다. 카라마츠는 그의 그런 눈웃음에 괜스레 초조해졌다. 그와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했을 때도 그는 저렇게 웃었던 것이다.
“원한다면, 세탁기 같은 거 사줘?”
“…아-… 아니. 놓을 데도 없고.”
쉬이 사주겠다는 말에 어이가 없다가도 카라마츠는 납득했다. 하기사 저 치에게는 세탁기 가격 정도는 지나가다가 사 마시는 자판기의 음료수 값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카라마츠가 말한 대로 집구석엔 세탁기를 놓을 곳도 없었고 세탁기를 사봤자 회사에서 살다가 가끔 집으로 휴가 오듯 하는 카라마츠는 스스로가 몇 번 쓰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뭔가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서 계속 받는 것들이, 어떻게 해서든 훗날 제 목을 조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Dio mio. 그런 거라면 걱정 말고. 응? 작은 거라도 하나 사줄 테니까.”
하지만 저런 식으로 그는 카라마츠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었고 카라마츠는 사양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결국엔 받는 수 밖엔 없었다. 아니 괜찮은데 정말. 집에 얼마 있지도 않은데. 얼마 있지는 않더라도 빨래는 집에서 해야 하잖아? 일일이 네 손으로 할 수도 없을 양일 테고, 듣자 하니 코인세탁소? 매번 그거에 갈 바엔 사는 게 낫지.
그런 건 또 잘 아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카라마츠는 입을 다물었다. 여태 그가 제게 무언가를 해준다고 하고, 제가 그것을 거절할 때면 꼭 벌어지는 논쟁에서 카라마츠가 이긴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카라마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싶다고 하는 그를 극구 말린 그 한 번을 제외하고는, 항상 맞는 말만 골라 하는 탓에 카라마츠의 노력은 항상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이번에도 그가 말하는 맞는 말에 말문이 막혀 카라마츠는 고개를 틀었다. 이제 구매 여부는 확정된 거나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제일 작고 싼 걸로. 최저가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반송할 거야. 안 받을 거야.”
최대한 이 쪽에서 마음이 편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걸로. 그렇게 사족을 덧붙이고 힐끗 눈을 돌리자 카라마츠의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그는 히죽 입꼬리를 끌어 웃었다.
“걱정 말고 맡겨둬. Il mio gattino.”
제발 사람이 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세탁기를 사주는 것이 만족스러운지 그는 이내 거실로 돌아가 가만히 앉아만 있어 조용했다. 빨래를 마친 카라마츠는 얼얼한 손을 털어내며 수건에 물기를 닦았다. 사실 거실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카라마츠가 사는 연립주택은 기본이 투룸에 성인 한 명이 몸을 구겨야 들어가는 욕조가 딸린 화장실로 이루어져있었다. 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일 큰 공간은 거실 겸 부엌이었다. 그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방이 두 개가 있지만 카라마츠가 쓰는 공간은 거실인 곳뿐이었다. 아직도 풀지 않은 짐들이 상자 채로 두 방에 나뉘어 놓여있었다. 엄마나 다른 형제들이 보면 기절할 일이었다. 이 집에 들어온 지, 입사해서 이 곳으로 이사한지가 몇 년 전인데 여즉 짐도 풀지 않고 사느냐고 기겁할 게 뻔했지만 그 짐들을 풀지 않아도 카라마츠는 여태 잘 생활해 왔다.
“끝났어? 밥 먹자.”
화장실에서 나오자 거실 벽, 삭막하다며 언젠가 그 자신이 사 들고 온 귀여운 보라색 고양이와 권총 모양의 살벌한 쿠션을 받치고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그가 보였다. 저를 보자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하는 모양새를 보아도 카라마츠는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한 말에 미간의 주름이 깊어졌다.
“아…… 그럼 나가야 해. 쌀 떨어졌거든.”
아니면 배달주문 시키거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카라마츠는 그가 과연 중국집의 음식 같은 걸 먹을 수 있는 걸까 싶었다. 그보다 나간다고 해도 이 근방에 있는 거라곤 다 망해가는 고깃집이나 분식집 밖에 없었다.
“아, 걱정 마. 내가 사왔어. 짠, Sushi.”
고급스러워 보이는 흰색 비단 보자기를 풀자 보기만해도 시원스러운 디자인된 함 같은 것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며 함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사방으로 둘러진 드라이아이스 팩과 그 가운데에 소중하게 모셔진 듯한 대접이 있었다. 대접 위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생선의 살들이 길게 꼬리를 뺀 채로 가지런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적어도 얼굴의 표정은 움직임 하나 없었지만 카라마츠는 속으로 꽤 놀라있었다. 그의 평생 그렇게나 두툼하고 많은 양의 회를 올린 초밥은 본 적 없었다. 마치 회라는 탈이라도 쓴 것처럼 밥은 보이지 않았다.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고 자시고... 반응이 없는 카라마츠에 그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 역시 표정변화가 많은 이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시무룩해진 것이 눈동자를 통해 느껴져서 일단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Gattino, Sushi 별론가?”
“아니, 그게 아니라……”
카라마츠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멀뚱하니 서서 눈 부시게 빛나는 생선 살들을 바라보다가, 이마에 손을 얹고 몸을 돌렸다. 생각해보니 문을 열자 보인 그는 꽤 큼직한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항상 올 때마다 집안에 자기 몫의 살림살이 같은 것들을 놓고 가는 탓에 이번에도 또 필요도 없는 쿠션 같은 걸 사온 줄 알았던 것이다. 하긴 먹을 것을 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일본의 음식이 신기하다며 특대 타코야키 상자를 사온 적도 있었다. 카라마츠는 부엌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싱크대가 붙어 있는 반대편으로 가서 종지를 꺼냈다. 간혹 상을 차리기가 귀찮을 때 날달걀과 간장에 밥을 비벼먹곤 했는데 그 때문에 꺼내놓은 간장용 종지를 다른 사람과 식사하는 데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고작 날달걀과 밥알에 비벼질 간장을 담던 그릇이었다. 지금은 저 훌륭하리만치 아름다운 초밥을 찍어 먹을 간장을 담게 되었다.
종지를 들고 그에게 다가가자 풀 죽어있던 그의 얼굴에 단번에 화색이 돌았다. 카라마츠는 언짢은 마음으로 휘황찬란한 함을 사이에 두고 그의 맞은 편에 엉덩이를 붙였다.
“상 같은 거 없어서 바닥에서 먹어야 하는데. 괜찮나?”
“Non fa niente(상관없어).”
괜찮다고 말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라마츠는 드디어 바로 코 앞에 마주하게 된 초밥에 얼굴의 음영을 길게 드리웠다. 아무리 봐도 고급을 넘어 특급이었다.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카라마츠 대신 그가 기분 좋은 미소를 띠우며 자기가 해주겠다고 초밥이 담긴 대접을 들어올렸다. 초밥의 품질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그걸 포장한 부자재들의 질만 보아도 카라마츠 같은 평범한 회사원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게에서 사왔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처럼, 보기만해도 윤이 나고 부드러워 보이는 비단 위로 드라이아이스 팩을 쏟아 붓고,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꽤 값이 나갈 것만 같은 함을 고작 간이 상으로 사용하는 그를 보며 더더욱 격차를 여실히 느꼈다.
“너… 이건 어디서 사온 거야?”
“응? 몰라.”
“네가 사온 거 아냐?”
“부하들 시킨 거라서. 왜? 마음에 들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가게 사줘?”
“그런 거 아니라니까.”
제발 함부로 그 사준다는 소리 좀 안 해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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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카라이치데이 축하해... 영원히 사랑나눠ㅠㅜㅠㅜㅠ
원래 올리려던 것 중 완성된 게 없어서...하는 수 없이 옛날 고리짝에 묵혀둔 히라돈을 꺼냈다...이 때 히라돈 첨 나왔을 때라 아직 캐해석이고 뭐고 안 잡혀서 애매한데 그래도 안 챙겨주는 것보다야ㅠㅜㅠㅜ흑흑ㅠㅜㅠㅜ내 귀차니즘이 심해서 미안해ㅠㅜㅠ그래도 이렇게나마 챙겼다고 위안 삼자(ㅋㅋㅋㅋ
흑흑 카라이치 데이니까 오리지널 카라이치 글 올리려고 했는데;ㅁ; 귀차니즘이 생각보다 강력했고...그래...2월이 지나가기 전에 올리기로 하자...게다가 2월 24일도 있으니까. 기다려줘...진성소비러라 연성이 너무 힘들다ㅠㅜ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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